“철저한 인수검사 후 지하 영구처분”…1천400년 동안 보관

▲ 방폐장 전경.
13일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위치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방폐물 16드럼이 최초로 처분됐다. 지난 2005년 경주 방폐장 부지 선정 후 10년 만이고, 방폐장 1단계 시설 공사를 시작 한 지 7년 만에 처음으로 지하 처분고에 방폐물을 넣는 것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이날 투명하고 안전한 방폐장 운영을 위해 월성원자력안전협의회, 민간환경감시기구, 동경주지역 발전협의회, 이장단협의회, 언론 등에 방폐물 최초처분 과정을 공개했다.

경주시민들은 19년을 끌어온 방폐장부지 선정문제를 주민투표를 통해 89.5%의 높은 찬성률로 유치했다. 지난해 6월 공사 완료와 12월 사용승인을 받은 후 이날 첫 방폐물을 처분한 방폐장의 건립과정과 앞으로의 운영계획에 대해 알아 봤다.

△ 높은 찬성률로 방폐장 유치

경주시민들은 지난 2005년 89.5%라는 높은 찬성률을 기록하며 방폐장 유치에 성공하면서 특별지원금 3천억원 현금 지원을 비롯한 한수원 본사 경주이전, 양성자가속기 설치 등 각종 유치지역지원사업을 약속받았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지난 2008년 8월 1일 경주시 양북면 동해안로 1138번지 일원 약 214만㎡의 부지에 동굴처분방식으로 10만 드럼(총 80만 드럼)을 처분 할 수 있는 1단계 처분시설을 착공했다.

경주 방폐장 1단계 시설은 아시아 최초의 동굴처분장으로 지하 80~130m에 방폐물을 처분할 수 있는 사일로 6기를 건설했으며, 향후 2단계사업은 12만5천 드럼 규모의 표층 처분시설로 건설된다.

공단은 방폐장 공사를 진행하면서 지난 2010년 12월 24일 최초로 울진 원전 방폐물 1천 드럼을 인수저장건물로 반입했으며, 2011년 3월 31일에는 공기업 최초로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30일에는 드디어 방폐장 시공을 마쳤으며, 12월 11일에는 원안위로부터 방폐장 사용 승인을 받기도 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2010년부터 지상지원시설 우선 사용, 6차례의 방폐물 인수 및 동굴처분시설 시운전, 방폐장 종합안전 훈련을 통해 처분시설 운영 절차, 안전성을 철저하게 확인하는 등 방폐장 정상 운영 준비를 완료했다.

경주 방폐장 1단계 처분시설은 총 1조5천657억 원의 사업비로 지하처분시설과 지상시설, 청정누리공원 등을 건설한다.

지하시설은 사일로 6기, 건설동굴, 운영동굴 등이 그리고 지상시설은 인수저장건물, 폐기물건물, 지원건물 등이 건설됐다.

1단계사업의 핵심시설인 지하 사일로는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부 직경 24m, 높이 50m의 원통형 구조물로 사일로 6기에 각 1만6천700드럼씩 총 10만 드럼(200ℓ기준)을 저장할 수 있다.

방폐장 지하처분시설은 방폐물 드럼을 포함한 10㎝ 두께의 콘크리트 처분용기, 두께 1~1.6m의 사일로, 자연암반 등 철저한 보호막을 마련해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도록 건설됐다.

경주 방폐장은 1986년 부지선정에 착수한 이후 29년만에 확보한 국내 유일의 중저중위방폐물 처분시설로 방폐물의 안전한 처분이라는 국가적 숙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착공 이후 2009년 6월 1일, 그리고 2012년 1월13일 등 두 차례에 걸쳐 총 48개월간 공기를 연장하는 등 안전성과 지원금 사용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 방폐물 최초 처분

13일 오후 3시께 방폐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방사성폐기물을 지하처분고인 사일로에 처분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이날 크레인을 이용해 폐기물이 담긴 처분용기를 사일로로 옮기는 작업을 최초로 선보였다.

크레인에 의해 200ℓ 짜리 방폐물 16 드럼이 높이 50m의 5번 사일로에 들어갔다. 크레인은 우측 하단에 달린 빨간색 레이저가 켜지자 사일로 벽면에 반사된 불빛이 거리를 측정하며 자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0여분 뒤 폴라크레이 폐기물 16드럼이 든 저장용기를 집고 요란한 경고음을 내며 사일로 정중앙에 멈춰 섰다. 이곳에서 바닥까지 높이는 35m. 폴라크레인은 1시간 동안 천천히 폐기물을 사일로 밑바닥에 옮겼다.

원래 방사성폐기물 처분은 인수저장건물에서부터 시작하지만 이날은 사일로 바로 앞에서부터 진행했다. 인수저장건물에서 사일로 바닥까지 전체 처분 과정은 약 3시간이 걸린다.

이날 처분한 폐기물 16드럼은 울진 한울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앞으로 사일로에 1천400년 동안 사실상 영구 보관한다.

첫 방폐물 처분현장에는 주민,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 참석해 방성폐기물 처분을 긴장 속에서 지켜봤다.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안전성 확보가 경주 방폐장의 핵심가치이자 사명"이라며 "국민 생활 안전과 환경 보전에 이바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방폐장 어떻게 운영 되나?

경주 방폐장은 현재 인수저장건물에 원전방폐물과 폐아스콘 방폐물 총 5천32드럼을 인수해 보관중이다.

현재 고리, 영광, 울진원자력발전소의 임시 저장고에 보관중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전용 운송선박을 이용, 원자력환경공단 환경관리센터로 운반한다.

처분시설 바로 옆에 위치한 월성원전 방사성폐기물은 전용운반차량으로 육상 운반된다.

육상 운반에는 내구성을 갖춘 탄소강 전용 운반용기에 8개 드럼을 넣어 운반하며 방폐물 전용 운송선박인 '한진청정누리호'에도 역시 전용운반용기를 사용한다.

전용선박은 위치추적시스템, 자동충돌 예방장치, 방사선 감시설비 및 소방시설 등 첨단 항해 장치와 안전설비시스템뿐만 아니라 이중엔진과 이중선체로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청정누리호는 무게 2천600t, 길이 78m, 폭 15.8m의 방폐물 운반 전용선박으로 국제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설계·건조됐다.

1년에 9차례로 예정된 운송선박은 조금이라도 해상 조건이 염려될 경우 선박 출항 금지 등 운항 조건을 엄격하게 수립해 운영한다.

환경관리센터에 도착한 방사성폐기물은 지상의 인수 저장시설에서 방사성핵종분석기, X-ray 검사설비 등을 통해 방사능 농도, 표면 오염여부 등 정밀한 인수검사를 받는다.

검사가 끝난 안전성이 확보된 방사성폐기물 드럼은 10cm 두께의 콘크리트 처분용기에 담아 운반트럭을 통해 처분동굴로 이동되며 크레인을 이용해 지하처분고에 쌓아 처분한다.

지하처분고는 지하 80~130m 깊이, 두께 1~1.6m의 높이 50m,지름 25m의 견고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사일로 1개 용량은 1만 6천700드럼으로 총 6개의 사일로에 방폐물 10만 드럼이 들어간다.

처분시설이 다 차게 되면 빈 공간을 채움재로 채우고 운영동굴 및 건설 동굴 입구를 콘크리트로 완전히 밀봉 폐쇄한다.

지하처분시설은 방폐물 드럼을 포함한 처분용기, 사일로, 자연암반 등 다중보호방벽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한다.

처분된 폐기물은 시간이 지나 방사능이 감소돼 자연 상태로 돌아가게 될 때까지 처분시설 주변의 환경감시를 통해 처분시설 운영기간은 물론 폐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철저히 관리한다.

방폐장 주변은 총 10대의 환경방사선감시기가 설치돼 주변 토양, 곡류, 어류 등 시료를 정기적으로 채취, 분석해 주변환경에 방사선영향이 있는지 감시한다.

방폐장 주변 방사선량은 연간 0.01 mSv 미만으로 자연방사선량인 연간 2.4 mSv 보다 휠씬 낮게 관리된다. 이 수치는 일반인의 연간 허용 방사선량의 100분의 1, 가슴 X선 1회 검진시의 방사선량인 0.1 mSv의 10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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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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