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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농어업인, 경북의 미래다- 구미 선산읍 이문리 정정훈씨

남들보다 덜 놀고 덜 자면서 '부농 꿈'에 한발짝 더

박용기 기자 ygpark@kyongbuk.com 등록일 2015년07월15일 22시01분  
▲ '초보 농사꾼' 정정훈씨가 소 밥을 직접 챙겨주고 있다.
"소밥 주는 걱정 없이 늦잠 한번 자보는 게 소원입니다."

구미시 선산읍 이문리에서 만난 정정훈(34) 씨는 주말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진탕 술을 마시고 다음날 오후 까지 늦잠을 자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대구 물류회사에 근무하던 정 씨는 3년 전 고향에 내려와 농사일과 소를 키우기 시작한 초보 농사꾼.

하지만 친구들과 늦은 시간 까지 술을 마시고도 다음 날 자기 오기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소 생각에 아침 6시면 나도 모르게 잠에서 깨어난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은 정 씨의 모습은 평생 농사일을 해온 베테랑 농사꾼과 같았다.

-아버지의 암 치료를 위해 하던 일을 그만 둔 효자.

정 씨가 고향인 선산에서 농사일을 시작한 건 3년 전.

대구에 있는 물류회사에서 근무하던 정씨가 고향에 내려와 농사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청천벽력 같았던 아버지의 위암 소식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와 본격적으로 집안일을 돕기 시작한 정 씨에게 생계로 닥친 농사일은 옆에서 잠시 도우며 쉽게 봐왔던 농사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경운기 운전도 배워가며 초보 딱지를 하나하나 벗어났지만 이젠 그마저도 어렵다.

2013년 겨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의 가장으로 어머니(62), 누나(36)를 보살피고 있는 정 씨에게 농사일은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다.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어울리고 나서도 다음 날 아침 소밥 주는 것을 거르지 않는 이유도 아버지가 당시 우사를 새로 지으며 소에 각별한 애정을 쏟는 것을 옆에서 봐왔기 때문이다.

▲ 정정훈씨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소 축사 전경.
-억대 농을 향해

'초보 농사꾼' 정 씨에게 억대농은 아직 꿈만 같다.

당근, 감자, 대파 등 하우스 9천900㎡, 논 1만560㎡를 경작하고 있는 정 씨는 최근 아버지와 함께 3마리로 시작한 소를 50마리로 불렸다.

또 소를 팔아 목돈을 쥐어보기도 했다.

"그때 그 기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는 정 씨는 소를 100마리까지 불리고 무 농약재배, 친환경재배 등으로 농작물 수익도 높여 곧 억 대농 반열에 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 씨는 "농사를 시작하고 난 후 매일 매일 소 걱정이나 한다고 놀리던 친구들도 이제 저를 부러워하기 시작했다"며 처음으로 웃음을 보였다.

-귀농. 함부로 덤비지 마라

정 씨는 초보 농사꾼으로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 대한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 해 배추, 당근 가격이 폭락해 20KG 한 박스가 3만선에서 8천원, 7천원 까지 하락하니 앞이 캄캄했다"는 정 씨는 "심어놓고 수확만 하면 다 돈이 된다는 쉬운 생각에 함부로 덤비지 마라"고 충고했다.

올해도 FTA의 영향으로 수입 산이 크게 늘어 걱정이라는 정 씨는 "작은 규모의 귀농은 현실적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기 어렵다"며 "선산 이문리에도 10여명이 귀농했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뒤를 이은 2세들로 새롭게 시작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노령화된 농촌 실정에 맞는 유통구조 개선도 주문했다.

"지금 농사를 하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연세가 많아 수확을 할 수 없어 중간상인들과 소위 밭떼기 거래를 많이 한다"는 정 씨는 "공판장이나 직판장에 비해 이런 거래는 가격 폭이 너무 커 손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이렇게라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노령화된 오늘날 농촌 현실"이라고 걱정했다.

▲ 친환경 농작물 재배 비닐하우스 전경.
-외롭고 심심하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농사일을 시작한 후 정 씨의 휴가는 올해 1월 어머니, 누나와 함께 2박 3일로 제주도를 다녀온 것이 전부다. 그나마도 몇 달을 고민한 후 큰 맘먹고 내린 결정이다.

"몇 시간 거리를 가도 농사일과 소 밥 생각에 몇 번이나 왔다 다시 가기를 반복해야 한다"는 정 씨는 "무엇보다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아 심심하고 외롭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종종 일을 마치고 난 후 친구들을 만나고 하는데 친구들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컴퓨터, 핸드폰 게임 이야기를 할 때면 더욱 외로운 마음이 든다"고 말을 이어간 정 씨는 "그래서인지 어머니와 누나의 저에 대한 제일 큰 걱정은 술과 결혼"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씨는 이내 "아직 농사를 시작한 지 3년, 혼자 시작한 지 1년 반 된 초보 농사꾼으로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며 "단 한 번도 도시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농사를 시작한 것을 후회 한 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고는 소 저녁을 주기 위해 손수레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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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 기자

    • 박용기 기자
  • 김천,구미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