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종식 선언 앞둬 온몸으로 맞선 의료인들 존경 흔적 없이 이겨내어 주길 바라

▲ 허 원 세명기독병원 뇌신경센터 신경외과전문의

얼마 전 포스텍에 위치한 커피가게에 앉아 아내와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생각없이 창문 밖 야외공연장 쪽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부는지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때 문득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이 나무들이 바람을 잠시 안았다가 놓아주는 듯 느껴졌는데 그 모습이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강한 바람에 의해 도로에서 흔들리는 신호등이나, 도로의 표지판은 보는 이로 하여금 위태로움을 느끼게 하지만, 바람을 안고 춤을 추는 듯 느껴지는 나무들의 움직임은 위태로움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고, 오히려 보는 이에게 안정감과 평화로움을 주는 듯했다.

그날 밤, 책상에 앉아 그 나무의 움직임을 머리 속에 그리며, 그 무엇이 나무의 움직임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었을까를 생각했다.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은 불어오는 바람을 바라보고 있다가 바람이 닿으면 그와 살을 마주 대고 자연스럽게 그의 방향을 따라 이동한다. 이동하는 동안 맞닿은 살결을 통해서 바람을 받아들이고, 그리고는 그러한 움직임을 뿌리 쪽으로도 전하고, 주된 줄기 또는 뿌리는 여러 곳에서 보내오는 그 신호들을 통합적으로 관조한다. 그리고 각각의 가지들은 상황에 따라 반응하는데 어떤 가지는 반동을 이용해 바람을 반대로 밀어내기도 하고, 또 어떤 가지는 몸을 살짝 비틀어 바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참으로 지혜로운 나무의 반응이라 느껴졌다.

이즈음 우리 일상생활과 사회전반에 불안함과 두려움이 넘쳐남을 느낀다. 그러한 불안함과 두려움은 우리의 마음과 일상을 각박하고 경직되게 만들며, 이런 것들이 다시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이으로 지속된다.

지난 5월 20일 첫 환자 확인으로 시작된 메르스 사태가 조만간 공식적으로 종식 선언을 앞두고 있어 다행이다. 20일 현재 메르스 신규 환자가 15일째 나오지 않았다. 추가 사망자도 나오지 않아 누계 환자수는 186명이고 총 사망자는 36명을 유지하고 있다. 46명이 격리에서 풀려나 격리해제자는 모두 1만6천671명이 됐다. 격리자 수도 전날 68명에서 22명으로 줄었다. 격리자 22명 중 치료 중인 환자 14명을 포함해 15명이 시설(병원) 격리자이며 나머지 7명은 자가 격리자다.

메르스 확산은 의료인의 한사람으로 책임감도 느껴지고 환자치료를 위해 노력했던 의료인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응원을 하게 된다. 부디 더 이상의 희생 없이 이 바람이 지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메르스라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나서준 의료인들이야말로 이 시기의 소영웅 들이라 생각되며 같은 의료인으로서 존경스럽다. 부디 그분들이 메르스 바람을 감싸 안아 흔적 없이 이겨내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경우에서도 나무처럼 사회 전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유연히 대처 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람에 대한 즉각적인 리액션이 아니라, 그것을 느끼고 그를 통해 그것의 성격을 바라볼 수 있는 삶의 여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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