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어머니 "지금이라도 범인의 진심 사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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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의 피해자 김태완군의 어머니가 10일 오후 대구 동구 자신의 집에서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16년 전 대구의 한 골목길에서 발생한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의 공소시효가 최종 만료되면서 흉악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연합
괴한이 부은 황산에 화상을 입어 온몸을 붕대로 감고 49일간 사투 끝에 숨진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한 부모의 16년간 이어진 끈질기고 처절한 노력이 늦게나마 결실을 보게 됐다.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지각 통과'된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일명 '태완이법')은 1999년 대구에서 발생한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이 발단이 됐다.

피해 아동인 김태완(당시 6세)군 부모는 지난 2월 자신들이 용의자로 지목한 이웃 주민 A씨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적절했는지를 가려달라며 낸 재정신청이 대구고법에서 기각된 뒤 흉악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였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3월 서영교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 주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발의로 이어졌다.

대구 황산테러가 발생한 것은 1999년 5월 20일. 동구 효목동의 한 골목길에서 학습지 공부를 하러 가던 태완군의 입을 괴한이 강제로 벌려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78% 고농도 황산을 입안과 온몸에 부었다.

온몸에 3도 중화상을 입고 시력마저 잃은 태완군은 패혈증 등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다가 49일 만인 그해 7월 8일 눈을 감았다.

경찰은 이 사건을 상해치사로 판단해 수사했지만, 범인을 찾지 못해 2005년 수사본부를 해체했다.

잊히는 듯했던 이 사건은 유족과 대구지역 시민단체가 2013년 11월 말 재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수사 재개로 이어졌다.

경찰은 과거 수사기록을 다시 검토하고 추가 조사를 했지만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동안 피해아동 부모가 용의자로 지목한 이웃 주민 A씨를 경찰이 7차례 소환해 조사하고 거짓말탐지기도 2차례 사용했지만, 범행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경찰에 이어 검찰도 "증거가 없다"며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자 태완군 부모는 공소시효 만료를 사흘 앞둔 지난해 7월 4일 대구고법에 재정신청을 냈다.

하지만 이 재정신청은 기각됐고, 부모는 대법원에 재항고까지 했지만 지난달 26일 재항고가 기각돼 이 사건은 결국 영구미제로 남게 됐다.

국내에서는 2007년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를 기존 15년에서 25년으로 늘렸다.

그러나 2007년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소급적용되지 않아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릴 이유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온라인에서는 이번에 통과된 법이 태완군 사건 등에도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최근 '강력 범죄 공소시효폐지 태완이사건 및 아동미제사건 적용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태완군의 어머니 박정숙(51)씨는 연합뉴스에 "내가 용서하지 않고, 태완이가 용서를 안 했는데 어떻게 법이 용서를 하느냐"면서 "지금이라도 범인이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 황산테러 사건 재정신청을 담당한 박경로 변호사는 "늦은 감은 있지만,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태완군 사건과 같은 가슴 아픈 일이 반복되지 않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조현석 기자 cho@kyongbuk.com

디지털국장입니다. 인터넷신문과 영상뉴스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제보 010-5811-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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