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이면 면허 취득 운전 에티켓·습관 교육 전무…보복·불법운전자 양산 원인

▲ 기능시험 항목이 대폭 줄어드는 등 운전면허시험이 간소화된 첫날인 지난 2011년 6월 10일 오후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은 응시자들이 기능시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
보복운전 등 불법운전자가 정부의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정책으로 인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마다 전국에서 제대로 된 운전교육을 받지 못한 50만명 이상의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가 도로로 쏟아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지난 2011년 6월부터 규제완화라는 명분아래 운전면허 시험을 간소화시킨 뒤 불과 나흘만에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했다.

이 조치로 신규 운전면허 취득이 종전에 비해 훨씬 수월해 진 데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한 학원비용도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불과 나흘만에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규정으로 인해 가장 기초적인 운전에티켓이나 올바른 운전습관을 갖추지 못한 면허취득자를 양산시켰다.

현행 운전면허시험규정은 차종별 학과 시험과 주행코스 시험, 도로주행시험 등으로 치러지지만 어느 과정에도 운전매너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응시자들은 도로교통공단이 만든 문제만 외워 학과시험을 치르고 있으며, 학원을 다닐 경우에는 기능·도로주행 교육 13시간만 이수하면 주행코스시험 등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특히 면허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를 경우에는 이마저도 없이 동영상 교육 1시간만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이처럼 면허시험규정을 완화시키면서 합격률도 급상승했다.

포항운전면허시험장의 경우 지난 2010년 46%였던 합격률이 2011년 54.5%로 무려 8.5%p나 높아졌으며, 2012년 55.1%, 2013년 58.2%, 2014년은 56.6%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처럼 제대로 된 운전교육을 받지 못한 합격자들이 양산되면서 불법운전과 비매너 운전은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보복운전이라는 또다른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일반도로의 경우 방향지시등없이 끼어들기·차선물고 달리기·우회전 통행방법 무시 등으로 인한 사고우려는 물론 마구잡이식 불법주정차행위 등으로 인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속도로 역시 1차선이 추월선임에도 불구하고 시속 100㎞도 되지 않는 속도로 주행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으며, 편도 3~4차선 도로에서 화물차량들이 1차선 주행을 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즉 운전면허시험 완화로 제대로 된 운전교육을 받지 못한 면허취득자들이 급증하면서 도로교통법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또 이같은 사태로 운전자들간 시비가 폭행사태로 이어지는가 하면, 흉기로 차량을 파손하거나 위협하는 등 무법천지화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경찰청의 무분별한 규제완화정책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사회문제의 원인 제공자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운전면허규정 간소화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는 현장 경찰들에게서도 나오고 있다.

한 교통경찰관은 "간소화된 운전면허시험 정책은 법을 준수하도록 운전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운전대만 잡을 수 있도록 교육되고 있다"며 "불법운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운전자들이 도로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현재 면허시험정책을 꼬집었다.

포항운전면허시험장 관계자는 "운전면허시험제도를 강화할 것이라는 얘기는 윗선에서 나오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 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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