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영장 또 기각…동력 상실 수사 장기화에 '경영 차질 우려' 비판 목소리 고개

▲ 거액의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
검찰의 포스코 비리 수사가 정점에 도달하는 길목 앞에서 주춤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비자금에서 수사의 물꼬는 텄지만 애초 겨냥한 그룹 수뇌부로 치고 들어가지 못하고 넉 달째 '외곽 작업'만 이어지며 수사의 초점이 다소 흐릿해졌다.

여기에 정준양 전 회장쪽으로 조준선을 옮길 발판으로 여겨져 온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도 크게 떨어진 모습이다.

그동안의 검찰 수사는 크게 포스코건설 비리와 주변 협력업체 비리 두 갈래로 진행돼왔다. 두 갈래의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그룹 핵심부와 연결된 '비자금 저수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애초 수사팀의 생각이었다.

검찰은 수사 초기 포스코건설의 100억원대 비자금을 밝혀내고 여기에 연루된 토목사업본부의 전·현직 임원들을 줄줄이 사법처리하며 순항했다.

포스코 주변에 기생하는 협력업체의 비리를 파헤치는데도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검찰은 2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박재천(59) 코스틸 회장, 600억원이 넘는 포스코플랜텍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전정도(56) 세화엠피 회장을 각각 구속기소했다.

배성로(60)씨가 대주주로 있는 동양종합건설이 포스코그룹 및 포스코건설과 유착한 정황도 나왔다. 검찰 안팎에서는 세 인물이 어떤 식으로든 포스코 비자금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기에 산업은행-포스코-성진지오텍 간 수상한 지분 거래도 포스코 비리 수사의 한 축을 형성했다.

남은 과제는 지금까지 확인된 비리가 정 전 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밝히는 것인데 이 지점에서 검찰 수사가 답보 상태를 거듭하는 형국이다.

검찰이 수사 착수 이래 이달 3일 처음으로 포스코의 심장부인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를 압수수색했을 때만 해도 그룹 수뇌부 수사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 포스코건설 건축사업본부 비리 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며 다시 외곽 다지기 수순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 비리의 윗선을 밝히는 핵심 연결고리로 지목된 정동화 전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지난 5월에 이어 또다시 기각되면서 수뇌부를 향한 수사의 속도가 더욱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 전 부회장의 영장 기각으로 현재 검찰이 심혈을 기울이는 동양종건 수사도 함께 표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동양종건은 포스코 협력업체 중에서 그룹 수뇌부와의 유착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포스코 수사가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면서 수사 장기화에 따른 경영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포스코 수사를 연중 진행하겠다는 수사팀의 의지와 달리 검찰 상층부에서는 이미 수사 장기화에 회의적인 시각도 일부 감지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28일 "애초 목표한 그룹 수뇌부 수사가 답보 상태를 거듭하면 검찰 안팎에서 수사팀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 수 있고 종국에는 포스코 수사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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