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시절 獨 일간지 게재 보도문 책으로 엮어 펴내

▲ 정치, 예술 그리고 민중의 삶에 대한 보고서 문학과지성사 하인리히 하이네 지음|김수용 옮김
강의 요정과 뱃사공의 비극적 사랑을 노래한 '로렐라이' 등의 저자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1797~1856)를 독일의 대표적 서정시인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하이네는 사회 변혁을 부르짖고 정치적 이유로 프랑스로 망명한 혁명 시인이었다.

인생 후반기 25년을 망명생활을 할 만큼 정치 문제에 민감하고, 사회 변혁의 의지가 강한 참여문학 작가이기도 했다. 절대주의 국가 체제와 교회의 권위를 부정하고, 사회적 억압과 도덕적 인습을 비판했다. 개인과 언론 사상의 자유, 여성 해방 등을 부르짖었다.

'루테치아-정치, 예술 그리고 민중의 삶에 대한 보고서'는 하이네가 망명 시절 독일 일간지 '아우크스부르크 알게마이네 차이퉁'에 게재한 보도문을 엮은 책이다.

하이네는 1840년부터 8년여에 걸쳐 신문 연재가 끝나고 6년 뒤인 1854년에 기사를 선별해 보도 당시 금지됐거나 검열에 의해 변형된 부분을 복원한 다음, 부록을 첨부해 출간했다.

책 제목 '루테치아'는 6세기까지 통용된 파리의 라틴어 이름으로 '파리'라는 도시와 그 속의 다양한 삶을 조명한다.

'루테치아'는 단순히 사건 보도문의 종합이 아니다. '정치, 예술 그리고 민중의 삶에 대한 보고서'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19세기 세계의 수도인 '파리'라는 거대한 종합적 현상의 다양한 모습을 다양한 측면과 다양한 시각으로 묘사한다. 하이네의 앙가주망(사회 참여) 작가로서의 면모를 정확히 보여준다.

당시 불완전한 민주주의 제도의 실상과 모순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일정 액수 이상 세금을 내는 사람들에게만 선거권을 주는 불평등 선거, 산업 부르주아지의 권력 투쟁과 이로 인한 상시적 정치 불안, 이익 추구에 급급하여 프랑스 혁명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면서도 혁명의 이념과 정신을 내던진 부르주아지 지배층의 추악한 실상을 분석하고 비판한다.

'루테치아'는 단순히 다양한 분야를 다채로운 시각으로 관찰한 기록물이 아니라, 특유의 예술적 기법으로 각 사건의 조각들을 맞춰 19세기 중엽의 파리라는 총체적 현상에 대한 하나의 선명한 그림을 보여주는 문화 연구서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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