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보다 힘든 시간…대구 쪽방촌 사람들의 힘겨운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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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 8명이 생활하고 있는 대구 중구 북성로 1가의 한 쪽방. 할머니들은 오후가 되면 지열이 올라와 밖보다 안이 더 덥다고 입을 모았다.
매년 겨울이면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과 관심이 높아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온이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여름나기가 겨울보다 힘든 시간이 이어진다.

이 가운데 쪽방촌에서 생활하는 주민들 열악한 주거 환경속에서 더욱더 여름이 두려워지는 계절이 되고 있다.

쪽방이란 최저 주거기준 미만의 주택 이외의 거처로 세면·취사·화장실 등 부대시설이 없는 빈곤계층을 위한 저렴한 주거공간을 말한다.

대구지역에도 800여명 이상이 쪽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쪽방촌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은 겨울의 경우 일이 없어서, 여름은 생활 자체가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30℃를 훌쩍 넘긴 30일 쪽방이 몰려있는 중구 북성로 1가를 찾았다.

오전 10시쯤임에도 불구하고 차량에 표시된 외부온도는 35℃를 기록할 만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이미 3~4일 이상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쪽방촌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의 얼굴에는 기진맥진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찾은 삼미여관은 할머니 8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작은 방과 휴식공간인 작은 거실, 공동 세면실·화장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화장실은 시설이 너무 낙후되고 더운 날씨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할머니들은 인근 빌딩이나 관공서 화장실을 주로 사용했다.

좁은 입구에 들어서면 좌우로 쪽방이 배치돼 있으며 우측 통로 첫번째에 세면시설이 위치해 있다.

세면시설이라고는 하지만 시멘트 턱에 세숫대야가 놓여있고 물을 받아 씻는 것이 전부다. 쪽방 내부도 작은 TV, 옷가지들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성인 1명이 누우면 다른 공간이 거의 없었다.

좁디 좁은 방에 실내 온도는 밖과 큰 차이가 없었으며 할머니들은 오후가 되면 지열이 올라와 오히려 밖보다 더 덥다고 입을 모았다.

건물자체가 수십년 이상돼 시설이 열악할 수 밖에 없어 냉방시설은 꿈도 꾸지 못하고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었다.

선풍기가 있지만 자체적으로 시원한 바람을 내는 것이 어려운 만큼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

A할머니(84)는 "21살에 대구에 와서 수십년을 이곳에서 살고 있다"며 "월세가 너무 비싸고 시설관리를 요구해도 들어주질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중구는 주변에 무료급식소가 상대적으로 밀집돼 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이 많아 다른 지역보다 생활하기가 다소 나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일자리 구하기가 좀더 편해 선호도가 높다보니 월세가 다른 지역보다 1~2만원 비싸다.

쪽방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은 기초수급대상자도 있지만 절반은 기초수급대상자가 아니다.

이에 따라 일용노동이나 파지줍기, 행상을 하고 있지만 한달에 50여만원을 벌기 힘들다.

50여만원으로 월세 15만원을 내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하다보니 다른 여가생활은 꿈도 꾸지 못한다.

또한 건강이 좋지 않고 고령이 많다보니 일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특히 여름이면 쪽방촌의 시름은 깊어진다.

폭염과 장마로 일을 하기가 더욱 힘들며 냉방시설도 없고, 있더라도 운영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생활이 힘들다보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 시민단체에서 매일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행정기관을 포함 민간단체에서 물품,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쪽방이라고 따로 특별히 정해져 지원되는 것은 없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은 "쪽방촌은 겨울에는 일이 없어서 힘들고 여름은 생활 자체가 힘들다"며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데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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