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현 포항남부경찰서 생활안전계

후텁지근한 땡볕아래 바쁜 일상을 보내면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는 여름이다. 좋은 만남, 즐거운 술자리가 깔끔한 매너로 이어지면 참 좋겠지만, 음주 후 소란·행패에 관대한 우리나라에서는 주취자들의 수도 함께 급증한다.

경찰관들에게는 스트레스를, 국민들에게는 경찰의 도움을 앚아가는 주취자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이렇다.

주취자들을 보면 크게 두 부류가 있는데, 파출소의 단골손님이라고 부르는 '상습주취자'와 '일반주취자'가 있다.

상습주취자들은 경찰을 보면 이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잘 만났다'고 생각하며 시비를 걸고 경찰관서에 들어와 행패를 부린다.

또한 시민들 중 일부는 상습주취자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멀쩡하게 양복을 입고 다니는 직장인도, 평소 밝고 개구진 대학생도, 사람 좋게 웃고 다니던 성실한 근로자도 술을 먹고 경찰관서에서 욕하는 모습을 보면 '지킬 앤 하이드'의 두 얼굴을 보는 것 같다.

상습주취자와 술 취한 일반시민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경찰관을 봐도 제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고' 욕설을 하고, 가족이나 주위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른 주취자들은 경찰관에게 제지를 당해도 분풀이 대상이 경찰관으로 바뀔 뿐 멈춰지지 않는다.

왜 경찰관을 보아도 제지가 되지 않을까?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음주 문화와 '술 먹고 실수할 수도 있지' 라는 음주자에 대한 관용적 인식이 경찰관의 주취자 처리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욕하고 행패부리는 주취자를 달래가며 깨우거나, 집에 데려다주는 경찰의 예전 주취자 처리 방식은 경찰관이 욕설과 언어폭행이라는 감정노동에 시달리게 하였고, 결국 경찰 전체의 공권력을 하락시켰다. 또한 경찰 본연의 범죄 예방과 검거, 국민의 신체와 생명의 보호보다 주취자들을 안전히 귀가시키기에 낭비되고 있는 경찰력은 순찰활동에 지장을 주고, 신고출동이 지연되는 요인이 되어 정말 도움이 필요한 국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게 된다.

외국의 경우 주취 해소 시까지 경찰관이 보호조치를 할 수 있으며, 현저한 주취상태로 있는 것만으로 구인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무관용 원칙에 따른 주취자 처리에 대한 국민들의 사회적 공감대가 하루빨리 형성돼야 한다.

경찰의 공권력이 확립되고, 무관용의 원칙이 관철될 때 주취자들에게 낭비되는 경찰력이 국민들을 위한 순찰과 예방에 돌아가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실현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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