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 포항시 '진경산수발현지 조성사업' 문제 투성이

▲ 포항 최고의 명승지 내연산의 삼용추도 배경인 선일대에 화재로 인해 수백년된 소나무들이 벌겋게 말라죽어 있다.(위) 지난해 6월 목재데크 공사 구간에 불이 난 이후 출입이 금지된 채 타버린 나무와 공사 자재가 널려있다.(아래) 정승훈기자 route7@kyongbuk.com
포항시의 무리한 등산로 공사로 인해 포항 최고의 명승지가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시는 겸재 정선의 삼용추도의 배경이 된 내연산 폭포에서 선일대로 이어지는 탐방로 목재데크 개설 작업을 하고 있다. 데크작업이 진행중이던 지난해 6월 데크 작업장 중간 지점께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산불이 발생,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선일대의 수백년된 소나무 수십 그루가 불에 타거나 말라 죽어서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돼 있다.

등산객들이 선일대 바위 틈에서 말라 죽은 소나무를 보고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고 신고까지 할 정도로 경관을 망쳐놓았다.

시는 지난 2010년부터 '내연산 진경산수발현지 조성사업' 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내연산 일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선일대 전망대를 비롯, 보경사~선일대까지 탐방로 정비, 용추 포토존 등을 설치해 겸재 선생이 그린 '내연삼용추도(內延三龍秋圖)', '내연산폭포도(內延山瀑布圖)'의 멋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는 2011년 진경산수발현지 스토리텔링,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을 완료하고 2012년 경북도 투·융자심사를 마친 뒤 같은해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시켰다.

시는 당초 자연을 크게 훼손 시킬 것이 불보듯 뻔한 하늘다리 건설 계획을 세웠다가 거센 부정적 여론에 부딛혀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당시 총 예산 68억원 규모의 사업계획을 수립했으나 2013년 30억원규모로 사업을 축소시킨 뒤 같은 해 기본 및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지난해 4월 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 2016년 완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공사 착공 2개월여 만인 지난해 6월초 탐방로 목재데크 작업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야산에서 일어난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내연산보경사군립공원 내에서 일어나 심각한 명승지 훼손 화재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은 물론, 복구 계획도 수립하지 않고 있다.

이 화재로 발생한 피해액 1억3천400여만원에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 시와 데크 시공사인 신성종합건설이 공방을 벌여 4달 가량 공사가 중단되는 등 난항을 겪기도 했다.

화재로 명승지가 크게 훼손되자 시민들은 포항시가 "돈을 들여 명승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문화계 인사들은 등산객들의 접근성을 편하게 하기 위해 목재 데크로 등산로를 정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일반인들의 접근이 용이한 연산폭포까지만 공사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가 연산폭포의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선일대 위까지 무리하게 등산로 나무테크 공사를 벌여 수백년 동안 조성된 아름다운 자연을 하루아침에 훼손했다는 것이다.

신선이 노닌다는 이름의 선일대는 깎아지른 절벽과 돌틈 사이에서 수백년간 자란 소나무가 어우러져 주변의 폭포와 함께 절경을 이루고 있다.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서 화재로 인한 소나무의 훼손은 물론, 공사 구간과 진입금지 현수막 등이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어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포스코 산악회 소속으로 내연산을 자주 찾는 남모(63)씨는 "시가 산을 꾸미겠다며 시작한 사업인데 도리어 흉물스럽게 방치한 지가 1년이 넘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당초 계획했던 대로 공사가 추진되지 못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관심이 많은 사업인만큼 최대한 이르게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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