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대림 동백나무, 연평균 2℃ 상승시 분포지역 2배 증가

▲ 계방산 가문비나무.

한반도 아열대화 기후변화로 산림식생이 달라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침엽수는 줄어들고 활엽수가 무성해 질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숲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자리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기온상승으로 생육환경이 열악해지는 아한대림이 기온과 함께 확산돼 오는 난대림과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아열대화의 영향은 숲에서도 심상찮은 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산림식생대까지 흔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산림식생대는 크게 난대림 지역(제주도 저지대와 남해안 일대), 온대림 지역(육지의 대부분), 아한대림 지역(높은 산지)으로 나뉜다.


△ 숲의 반란, 치열해진 자리다툼

기온이 올라가면서 이들 식생대의 조화롭던 균형에 금이 가고 있다.

오랫동안 숲의 변화를 관찰해온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장 임종환 박사는 "난대림 지역은 늘어나고, 온대림 지역과 아한대림 지역이 축소되고 있다"며 "기온이 계속해서 상승하면 제주도와 남해 일부 지역에는 아예 아열대림이 조성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숲의 변화 '선발대'는 난대림에 속하는 동백나무다. 동백은 느린 속도지만 북으로 계속 이동 중이다. 연평균 기온이 2℃ 정도 오르면 이동 속도는 점차로 빨라질 것이다. 동백나무 분포 지역도 2배 이상 늘어난다. 동백나무의 이웃이라고 할 수 있는 대나무와 감나무도 동백나무의 꽁무니를 바쁘게 쫓고 있다.

반면 온대림 지역에 서식하는 소나무들은 '적과의 동침'이 싫다. 설자리가 점점 비좁아지는 탓이다.

북부 온대림에 속하는 잣나무·신갈나무·굴참나무도 처지가 비슷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대형 산불과 집중호우, 열대성 수목 병해충의 최대 피해자도 소나무다.

소나무를 고사시키는 재선충의 매개체 솔수염하늘소는 남방계 곤충이다. 그 때문에 주로 따뜻한 남쪽에서만 서식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한반도가 따뜻해지면서 중부로 북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연평균 기온이 2℃ 상승하면 고산식물 꽃쥐손이·누른종덩굴·자주종덩굴은 아예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그 자리는 신갈나무와 굴참나무가 차지하고 조금 더 따뜻해지면 졸참나무나 서어나무 등이 다시 그 자리를 빼앗을 것으로 예측된다.

숲에서는 자리바꿈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꽃과 잎이 피고 지는 시기도 빨라진다. 숲에서 바쁘게 활동하는 곤충들의 생태에도 변화가 보인다.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는 시베리아 원산의 북방계 곤충. 현재 춘천과 오대산, 경기도 광릉 일대에 소수가 날아다닌다. 그러나 기온이 올라가면 장수하늘소는 한반도에서 '멸종 곤충'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농업에 방해가 되는 병해충은 더 자주 출몰하고 있고, 기온이 오르면 오를수록 더 농민들을 괴롭힐 전망이다.

△ 침엽수 줄고 활엽수 증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장기적인 산림식생변화를 예측한 결과 우리나라 대표적인 상록 침엽수종인 소나무, 잣나무 등과 아고산 침엽수종인 구상나무, 가문비나무림이 줄고 그 자리에 상록·낙엽활엽수로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산림과학원(원장 남성현)에서 장기적인 조사자료와 미래 기후변화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한랭건조한 겨울철 기온이 급격히 상승해 상록 침엽수들은 수시로 찾아오는 가뭄피해로 쇠퇴하거나 고사해 개체군이 감소하고 유전적 다양성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소나무림은 식생발달(천이) 초기 종으로서 숲의 연령의 증가와 함께 감소추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고산·아고산지대(높은산 침엽수림지역)에 고립돼 분포하고 있는 구상나무(특산종)와 가문비나무림도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기 어려워 쇠퇴하거나 후계목 발생이 줄고 저지대에서 올라오는 다른 종들과의 경쟁에 밀려나 개체군이 줄어 결국 사라질 위험성이 높다.
 

▲ 울진군 소광리에서 지난 2014년 고사한 금강송군락.

매년 이상기상 현상들이 빈발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겨울철 기온이 크게 상승했고, 최근들어 겨울철 고온과 가뭄이 맞물려 상록침엽수림이 쇠퇴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겨울철 기온이 높았던 1998, 2002, 2004, 2007년도에 산발적인 소나무림과 잣나무림 피해에 이어 2009년도에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소나무가 대규모로(100만본 이상) 고사했다.

이는 가을부터 시작된 극심한 가뭄과 함께 2월과 3월의 이상고온이 지속돼 겨울철에도 잎이 달려있는 소나무들이 가뭄스트레스로 인한 생리적 장애와 병해로 인해 고사한 것이다.

소나무도 뿌리에 균근균과 공생을 해 건조에 버티는 능력이 크지만, 겨울과 이른봄에는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이때의 고온과 가뭄은 피해를 크게 입힌다.

2014년도에도 2013년 가을부터 시작한 가뭄이 봄철까지 이어졌으며, 전국 봄철 평균기온은 평년대비 1.4℃ 높았던 반면 강수량은 평년의 90%이었는데, 특히 5월은 평균기온이 18.4℃로 1973년(기상관측망 확대) 이래 기온이 가장 높았고 강수량은 평년의 51.6%에 그쳤다.

이에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은 헬기를 이용해 경북과 강원지역 일대를 조사한 결과, 울진, 영양, 삼척, 봉화 등지에서 많은 수의 소나무가 집단 또는 단목으로 고사한 것을 확인했고 이에 대한 세부적인 조사를 진행중이다. 경사가 급하고 토양이 척박한 곳과 남사면이나 햇빛 노출이 많은 숲 가장자리 그리고 나무의 밀도가 높은 곳에서 주로 피해가 많았다.

소나무는 식생발달의 초기종으로서 점차 숲이 우거지면서 자연적으로 참나무림으로 대체돼 왔고 병해충의 피해도 많았는데 향후 지구온난화로 이러한 소나무림의 쇠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겨울철 기온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다른 계절에 비해 더욱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이러한 고사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나무, 잣나무 등은 활엽수나 낙엽송과 달리 겨울철에도 잎이 달려있어 햇빛이 비추고 기온이 상승하면 생리적 활동을 지속하는데, 이때 가뭄으로 인해 수분이 공급되지 않으면 생리적 대사장애를 일으켜 고사하거나 가뭄을 피하기 위해 기공을 닫아 탄수화물을 만들지 못하고 소비만 하게 되어 쇠약해지거나 고사하게 된다. 아울러 건전한 나무에게는 병원성을 발현하지 않는 피목가지마름병균이 고온이나 가뭄스트레스를 받은 나무에서는 병원성이 높아져 고사율을 증가시킨다.

고온은 그 자체만으로도 수분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일부 소나무류에 대한 조사결과 4℃ 상승 시 가뭄에 의한 고사시기는 1/3 정도 앞당겨지고 수목 고사빈도가 5배 증가한다.

소나무림 자연분포의 남방한계선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전남과 경남 등 남부지역은 기온이 더 높기 때문에 같은 가뭄이 오더라도 가뭄스트레스로 인한 생리적 장애가 더 심해 고사율이 높다.

특히 남사면의 숲의 밀도가 높고 토양조건이 열악한 곳에서는 더욱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가 아니더라도 천이초기종인 소나무는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앞으로도 계속해 다른 수종으로 자리를 내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시나리오를 적용해 소나무림이 생활사를 완수하기에 적합한 분포범위를 보면 2060년대에는 강원도와 지리산 등 높은 산지로 국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따라 소나무림 분포역이 달라져 그 범위 바깥에 있는 소나무들이 모두 없어진다고는 볼 수 없고 이러한 곳의 소나무들은 고온과 가뭄 또는 병해충에 취약해져 점차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한라산, 지리산 등 남부 고산지에 분포하는 구상나무림과 계방산, 덕유산, 지리산의 높은 산지에 일부 남아있는 가문비나무림 등도 기후변화로 인해 개체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또한 현재 남아있는 나무들은 점차 잦아지는 겨울철 고온과 가뭄현상에 의해 쇠퇴하거나 고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저지대에서 상승해오는 활엽수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어린 개체의 발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장 임종환 박사는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국내에서 최초로 장기생태연구모니터링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라산 구상나무림의 경우 고사목의 발생량이 겨울철 기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2000년대 이후 특히 남사면과 서사면에서 고사목 발생량이 늘었고 향후 동북사면에까지 확장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빽빽한 상록침엽수림부터 우선적으로 숲가꾸기를 통한 수분경쟁을 해소시킴과 동시에 숲의 구조와 수종의 다양성을 높여 병해충과 폭우로 인한 산사태에 대한 저항력을 증진시키고 산불 피해 위험성도 경감시킬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제공=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장 임종환 박사.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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