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남북고위급 협상중에도 군 대비 태세 강화

▲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해 5월31일 새로 제작한 기록영화 '백두산 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에서 공개한 북한 잠수함과 잠수함 기지. 연합
▲ 남북이 '마라톤 협상'을 벌이고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기로 한 23일 경기도 연천군 중서부전선에서 육군 다련장 로켓 차량이 비상 대기하고 있다. 연합
한반도 긴장 국면 해소를 위한 남북 고위급접촉이 진행되는 중에도 양측 군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오히려 고위급접촉이 열린 이후 군사적 긴장 수위는 한층 높아진 양상이 나타난다. 양측 모두 전날 오후부터 진행되는 '마라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23일 "현재 북한군 잠수함 전력의 70%가 동·서해 기지를 이탈해 우리 군 탐지 장비에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보유한 잠수함 70여척 가운데 무려 50여척이 기지를 벗어나 기동 중이라는 것이다. 이는 평소 기지 이탈률의 10배로, 우리 군은 매우 위협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군 잠수함이 몰래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우리 함정이나 어선을 기습 공격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위협적인 움직임은 북한이 지난 21일 남측에 고위급접촉을 제안한 다음 포착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북한이 한편으로는 대화를 제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는 전형적인 '화전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고위급접촉 제의 직후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배치된 북한군 포병 전력의 위협 수위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현재 갱도 밖으로 나와 명령 즉시 발포할 수 있는 사격준비 태세를 갖춘 북한군 화력은 북한의 대화 제의 이전보다 2배 이상인 것으로 관측됐다.

북한군은 지난 20일 포격도발 당시 사용한 76.2㎜ 평곡사포(직사화기)도 전진 배치하며 우리 군이 가동 중인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군의 이 같은 움직임은 대남 군사적 압박을 극대화해 고위급접촉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를 조장하고 두려움을 부추겨 협상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일종의 기싸움이라는 것이다.

북한군이 고위급접촉 결렬에 대비해 추가 도발에 나서기 위한 준비 작업을 면밀히 진행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군도 북한군의 공세에 밀리지 않고자 최고 경계태세를 유지하면서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우리 군이 북한군을 압박하는 데는 한미동맹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22일 한미연합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에서 '2'로 격상하고 북한군 동향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다.

같은 날 우리 공군 F-15K 전투기 4대는 미 공군 F-16 전투기 4대와 함께 한반도 상공에서 편대 비행을 하며 대북 무력시위를 했다.

미군이 F-16 전투기보다 훨씬 위협적인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파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작년 2월 미군이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를 서해 직도 상공에 띄웠을 때 북한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우리 군은 한미 양국 군의 최신예 무기가 대거 참가하는 '통합화력 격멸훈련'도 대북 무력시위 차원에서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달 12∼28일 진행되는 이 훈련에는 한미 양국 군 장병 2천여명과 우리 군의 K-2 전차, K-21 장갑차, FA-50 전투기, 다연장로켓(MLRS), 주한미군의 브래들리 장갑차, 팔라딘 자주포, 아파치 헬기, A-10 폭격기가 투입된다. 우리 군은 고위급접촉과는 상관없이 최고 경계태세를 그대로 유지하며 최전방 부대 11곳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도 계속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 21일 '전면전'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우리 군은 북한군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도발을 걸어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신속·정확·충분'의 원칙으로 철저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