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뢰 사과' vs '확성기 중단' 팽팽 막판 극적 묘안도출 가능성에 기대

▲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22일 오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시작에 앞서 참석자들이 악수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시계반대방향)김관진 국가안보 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양건 노동당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연합
남북이 23일 오후 일촉즉발의 군사적 위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11시간 만에 고위급접촉을 재개함에 따라 위기해소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2면

전날 오후 6시30분부터 이날 새벽 4시15분까지 이어진 '밤샘 마라톤협상'에서 남북은 일단 강한 협상의지를 확인했지만 해법 도출을 위한 각론에서는 팽팽히 맞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팽팽한 견해차에도 남북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홍용표 통일부장관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김양건 노동당 비서(겸 통일전선부장) 간 고위급접촉을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재개한 것은 대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이 우리 군에 대해 대북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며 밝힌 시한(전날 오후 5시)을 즈음해 남북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데다, 1차 접촉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대화를 지속하기로 함으로써 우려했던 군사적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이날 추가접촉은 양측이 첫 접촉에서의 쟁점에 대해 각각 내부 조율을 거친 뒤 이뤄진 만큼 위기상황이 지속돼 남북 간 충돌로 이어질지, 극적으로 대화국면으로 전환할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남북 간 입장차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전날 10시간에 가까운 마라톤협상에서 북측은 이번 위기의 원인이 된 북한의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도발과 20일 DMZ 인근에서의 포격도발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우리 군의 대북심리전 방송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이미 고위급접촉 전부터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에 대해 "남측이 조작한 것"이라며 발뺌해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위기해소의 출발은 북측이 우리측 부사관 2명에게 큰 부상을 입힌 지뢰도발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로서는 지뢰도발은 물론 북측의 포격도발에 대해서도 북측의 성의있는 입장을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북측이 요구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 문제에 대해서도 북측의 지뢰도발로 방송을 재개한 만큼 지뢰도발에 대한 북측의 성의있는 태도 이전에는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팽팽한 입장차에도 극적 타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협상 과정에서 남북이 인도주의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카드를 적절히 활용하며 합의도출의 여지를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남북이 어렵게 마련한 최고위접촉에서 해법을 도출하지 못하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단 남북간 군사충돌 위기는 브레이크가 풀린 채 다시 일촉즉발 상태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군사적 긴장 해소를 위한 고위급접촉이 진행되는 가운데도 북한의 잠수함 수십 척이 동·서해 기지를 이탈해 위치가 식별되지 않아 우리 군이 탐지전력을 증강해 추적에 나서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여전히 팽팽한 상황이다.

이번 고위급 접촉에서 극적 해결책이 마련되면서 남북 위기국면이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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