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고위급접촉·北동향 수시보고 받고 모니터링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남북이 24일 고위급 접촉을 통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마라톤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청와대는 사흘째 비상대기 상황을 유지하며 협상진행 상황을 지켜봤다.

이병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은 고위급 접촉이 시작된 22일에 이어 23일도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채 판문점 핫라인을 통해 시시각각 전달되는 회담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북한이 협상 와중에도 잠수함정과 공기부양정, 특수전요원 등 3대 침투전력을 모두 전방으로 전개하는 등 대화와 위협을 병행하는 '화전양면' 전술을 구사함에 따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을 비롯해 관련부처와 수석실 등을 통해 북한측의 제안내용 등 남북 고위급 접촉의 주요 진행 상황과 북한군의 동향 등을 수시로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당국에 따르면 남북고위급 접촉은 비공개로 이뤄지지만,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의 경우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따라서, 박 대통령도 고위급 접촉 상황을 생생하게 지켜보며 협상진행 상황과 관련한 의중을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남북 고위당국자간 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군사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우선이라는 대북 원칙론에 쐐기를 박았다.

북한의 군사도발과 일시적 대화국면 조성, 북한의 재도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매번 반복돼온 도발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 물러설 일이 아니다"고 강조한 뒤 북한의 사과가 없을 경우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박 대통령의 이런 인식을 대변하듯 이번 고위급 접촉이 역대 정부의 남북 대화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엄중한 인식 아래 대책을 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리가 언제든지 강력응징할 수 있다는 것을 북한측도 이번에 새삼 깨달았기 바란다"며 "시간은 우리편이고, 우리가 조급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다른 참모는 "박 대통령의 언급은 원칙이 지켜지는 합의가 중요하다는 뜻"이라며 "여기서 원칙은 '북한이 잘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이날 국정2기를 시작하는 임기반환점을 하루 앞두고 있었지만, 남북고위급 접촉을 둘러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반환점조차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반환점'의 '반'자도 꺼내지 않았고, 25일에도 반환점을 기념하는 별도의 내부 행사가 없을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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