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회담 무박 4일 43시간만에 협상 타결

남북이 나흘간의 고위급 접촉을 통해, 25일 새벽 지뢰폭발·포격 사건에 대해 북한이 유감을 표명하고, 남쪽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잠정 중단한다는 데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남북이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사건과 10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20일 서부전선 포격 충돌을 거치며 치솟은 군사 대치상태가 일단은 해소 됐다. 관련기사 2면

앞으로 이를 계기로 남북이 그동안의 긴장 상태를 해소하고 관계 개선으로 나아가게 될지 주목된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0시 55분쯤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북측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와의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정회와 재개를 반복하는 진통 끝에 6개항의 공동보도문 발표에 합의했다고 이날 3시경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지뢰 도발 사건으로 남측이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하고, 북측의 준전시 체제 선포로 형성된 군사적 긴장을 해결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지난 22일 오후 시작된 이후 무박 4일 43시간 만에 이뤄낸 타결이었다.

이날 남북은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준전시 상태를 해제하는 한편, 남한은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또 남북은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추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회담 개최, 민간교류 활성화에도 합의했다. 남북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자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보도문에 명시했다.

이번 협상 타결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필요하고, 추가 도발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는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나가면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 우리 국민의 안위가 위협받아 왔지만 이번에 협상이 타결된 것은 추가 도발엔 단호히 대응할 것이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원칙들을 지켜나간 결과라고 판단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공동보도문'에 8·4 지뢰 도발 주체를 명시하지 못하고, '사과' 표명은 '유감' 표명으로 대체됐으며, 재발 방지에 대한 분명한 표현을 남기지 못해 아쉬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한 도발-대화·협상-남한 양보'로 이어지는 반복적 패턴에 다시 휘말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도문에 이번 군사적 충돌 위기를 촉발시킨 지뢰 도발과 관련해 도발의 주체가 애매하게 표기됐고 도발을 폭발로 표현한 것 등은 상당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도발-협상-양보'로 이어지는 북한 패턴이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정당은 남북고위급 접촉 타결을 환영한다며 이번 합의에 대해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5일 남북고위급 접촉 타결에 대해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전 국민이 단결하고 우리군의 단호한 대응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확실한 원칙을 고수한 데서 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오늘 새벽 2시 무렵 합의 발표를 본 뒤에도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한반도에 드리워졌던 위기의 먹구름이 걷혔다"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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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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