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시 아리랑 사업

▲ 서예로 담아낸 아리랑.
△첫 번째, 아리랑을 모으다.

문경시는 지난 2012년부터 아리랑을 잊어버렸던 우리의 정체성으로 다시 되찾기 위해 아리랑의 역사를 재정립해오고 있으며, 2013년에는 아리랑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사)한국서학회와 MOU를 체결하고 다양한 아리랑 사업을 추진했다.

그 첫 사업으로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모든 아리랑 가사를 수집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아리랑은 정선, 진도, 밀양, 문경 등 대체적으로 전승되는 기준으로 60여종에 약 5천수(여기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주장이 분분하다. 39종 4천수, 90종 7천수 등)의 노랫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렇게 수집된 아리랑 가사 중 대표적인 아리랑 가사를 선별해 2013년 연말에 예술의 전당에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리랑 서예 전시회도 개최한 바 있다.

해방이전부터 아리랑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 되었으며 이후 각 지역별로 활발하게 연구, 전승되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12년 12월 우리의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되었으며 온 국민들의 관심이 다시 아리랑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2013년 6월 아리랑 가사선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수집된 아리랑 가사를 작품성과 중복성, 완성도 등을 기준으로 하여 그동안 모아온 2만수가 넘는 아리랑 가사를 1만68수의 정제된 가사를 선정하였다.

수집된 가사는 현재 전승보존단체를 중시했으며 서울, 경기권의 본조와 구조 아리랑, 강원권의 정선, 평창, 강릉, 태백아리랑, 경상권의 문경, 밀양, 구미, 영천, 대구, 예천, 독도아리랑, 충청권의 공주, 청주 아리랑, 전라권의 진도, 영암아리랑, 해외권의 길림, 요령, 흑룡강 아리랑과 이외에 지역을 배경으로 하지 않은 영화, 광복군, 엮음, 대중가요, 국토, 시 등에 나타난 아리랑 등 모든 아리랑을 광범위하게 수집하였다.

△두 번째, 아리랑을 쓰다.

아리랑은 1896년 헐버트 박사에 의해 채록되기 전까지 전혀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이것만 보아도 적어도 아리랑은 일반 기층 백성들의 음악이었음을 간접적으로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아리랑은 민요의 한 부분으로 연구되어 왔으며 가창자의 소리로 녹음되어 각종 아카이브가 구축되어 왔다.

그리고 아리랑은 공연에 의해서만 그 모습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전승자에 의해 후학들에게 전수되어 왔었다.

아리랑의 기록은 기존의 전승방식의 틀을 깨는 새로운 방식으로서 노래, 즉 소리로만 전승되어 오던 아리랑을 서예의 기록아리랑으로 새롭게 시도하게 되었다.

수집되고 분류된 1만68수의 아름다운 아리랑 노랫말을 전국의 120명의 서예인들이 문경의 전통한지에 쓰기를 시작했다.
▲ 아리랑 가사가 씌여진 한지를 정리하고 있다.

2013년부터 쓰기 시작하여 500일간의 대장정 끝에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가사를 광범위하게 수집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수집된 가사를 한지에 한글서예로 쓴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은 몽골군의 침입을 격퇴하려는 민족적인 염원에서 국력을 기울여 한자 한자 정성을 다하여 판각한 대 역사이다.

이에 이번에 서예로 쓴 일만수 아리랑 노랫말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 확립과 통일시대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노랫말 쓰기의 의의는 청각 문화재인 민요를 시각 문화재인 민요로 전환시켜 예술의 다양성과 복합성의 미를 추구하는 문화변혁 사업이며, 국내 최초로 최다수인이 참여하여 아리랑사에 길이 남을 발자취가 되었다.

한글로 제작된 국내 최대의 획기적인 현존 예술품이면서 세종대왕 한글 반포 이후 가장 큰 한글쓰기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21세기까지 이루어진 한글의 모든 서체가 여기에 다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 아리랑은 한민족이라면 누구에게나 가슴속 깊이 흐르는 피와도 같다。

비록 한글을 잊은 외국교포도 아리랑만큼은 몸속에 유전인자처럼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 세 번째, 아리랑을 보존하다.

아리랑 일만수 완성은 다양한 부분에서 반향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미래 아리랑 변화와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 쓴 아리랑 일만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도록과 가사집 발간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통해 전국, 전세계로 널리 알려야 한다.

도록에는 그간 추진과정과 노랫말 선정의 원칙, 노랫말 서예화 방법 등 그 가치와 지평까지 총괄 정리하여 사료사적인 가치를 극대화 할 것이다. 또한 21세기 다양한 한글서체와 전통한지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본 사업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모두 5억원의 예산이 확정되어 있으며 올 12월 말경에 5권 1질로 구성된 도록이 1천질 발간될 예정이다.

또한 아리랑 가사집만 별도로 제작하여 단행본으로도 출간한다.

출간에 맞추어 도록 출판기념회가 개최될 예정이며, 이때에 아리랑 도시 선포식도 함께 열린다.

도록의 발간은 단순한 기록물만의 기능이 아닌 문학, 아리랑, 민속학, 서지학, 서예사 등에 있어 다양하게 활용될 예정이다.

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아리랑세계화포럼을 구성하여 아리랑의 활성화와 보존 전승을 위해 노력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중에 있다.

△네 번째, 아리랑을 옮기다.

아리랑 일만수 노랫말 기록은 단순한 문경시만의 정체성 확립이라기보다 한민족의 디아스포라를 극복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또한 그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국립아리랑민족음악관(국립아리랑박물관)의 건립 타당성을 뒷받침 해주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서울 인사동에 보관되어 오던 아리랑 일만수 노랫말을 2015년 9월 5일 문경의 옛길박물관으로 이운하여 수장 겸 전시를 할 예정이다.

이운식은 문경시민 150명이 참가하여 아리랑 일만수 노랫말 쓰기 완성을 축하하고 천지신명께 고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또한 40명의 서예가가 동시에 아리랑 가사를 쓰는 퍼포먼스와 국민들이 가장 많이 즐겨 부르는 아리랑으로 선별해서 공연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에 이운되는 아리랑노랫말기록물은 옛길박물관에 영구히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아리랑관련 전문공간이 만들어지면 이관을 할 계획이다.

아리랑은 지금까지 과거에만 집착을 했고, 현재에만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아리랑은 미래로 가야한다.

특히 우리 민족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것은 누구나 아리랑 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외국에 나간 민족치고 우리 민족처럼 우리말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스라엘, 일본, 중국 등 자신들의 민족어를 절대 잃어버리지 않는다.

이를테면 유독 우리나라만 우리말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가슴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구심점을 찾을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해서 그럴 수 있겠지만 이제는 우리에게 아리랑이 있으니, 아리랑을 통해, 아리랑의 정신으로 민족을 한데 모아 디아스포라를 극복하고, 통일한국으로 나아가는 기틀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이번에 완성된 아리랑 일만수의 가치는 시대와 지역을 초월, 유사 이래 최다수의 아리랑 노랫말을 총망라한 아리랑 노랫말집이라 할 수 있으며, 아리랑의 혼, 정신, 보편적 가치와 정통성을 계승 보존하여 한국 아리랑의 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나아가 시대적 정서에 맞는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하나의 문화로서 세계를 향하는 발판을 구축하는데 한 몫을 담당할 것이다.
황진호 기자
황진호 기자 hjh@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