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13 선택…미리 보는 20대 총선

내년 4월 총선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총선에 출마할 인사들은 대부분 여야 유력 정당의 공천에만 눈독이 가 있는 선거 후진성이 나타나고 있다.

19대 국회는 무능과 비효율의 정치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국회에 대한 지지율이 5%(한국갤럽 5월 조사)에 불과하다.

당리당략과 기득권 수호에 일관해 온 의원들의 자업자득이다. 일부지만 국회를 아예 없애 버렸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심심치 않게 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는 이런 정치적 불신과 불만을 교정하게 하는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정치인이 일을 잘하고 국민의 뜻을 잘 반영하면,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렇지 못하면 낙선시키는 것이다. 즉 선거를 통해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다.

특히 중앙 정가에서 존재감 없는 의원이 가장 많은 지역이 대구 경북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오죽하면 김무성 대표의 '경상도 의원은 동메달, 수도권 의원은 금메달' 발언이 나왔으랴.

내년 총선에서 어느 정도 의원 교체가 일어나 정치의 발전을 가져 올지 국민은 주목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새누리당의 '공천 전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 경북15 대구12 등 모두 27개의 의석이 있는 경북권(TK)이다.

■ '총선룰' 여전히 안갯속 - 6개 선거구 조정 불가피…포항·경주 등은 이미 공천경쟁

'총선룰'을 둘러싼 여야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중앙선거관리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오는 10월 13일 지역구조정 결과 획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우선 6개 선거구가 인구 하한선으로 조정이 불가피한 경북 지역의 선거구 재획정이 최대 관심이다. 여의도 정가에서 선거구획정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와 관련해 물밑 협상이 진행중이다.

인구하한선이 미달된 영천, 상주, 영주, 김천, 문경·예천, 군위·의성·청송 등 6개 선거구는 다른 지역과 합쳐질 기능성이 높다. 모두 복합선거구여서 선거구획정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에 따라 후보군 판세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선거구획정위 안팎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김천은 7월 말 현재 700여 명만이 부족한 상황이라 혁신도시 입주가 완료되면 단독선거구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김천의 지방정가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15개 선거구 가운데 유일하게 인구상한선을 초과한 경산·청도는 갑·을로 분리가 검토되고 있다.

나머지 선거구의 유력한 시나리오는 군위·의성·청송의 경우 영천과, 상주는 인접한 문경과, 영주는 예천으로 선거구 조합이 이뤄지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선거구 변동이 없는 대구시내 12개 선거구와 포항, 안동, 구미, 성주·고령·칠곡, 영덕·울진, 봉화·영양, 경주 등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을 두고 이미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다가오는 경북지역의 총선에서 특이한 점은 헌법재판소의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 상하한선 2대1 결정에 따른 선거구 조정이 지방 선거 토호들을 다시 지방정치판에 부르고 있다.

2개 이상의 기초단체로 묶어지는 복합선거구에서 더욱 그러하다. 적은 인구에 비해 선거구 면적은 매우 넓다.

소지역주의 투표성향 때문에 최근 복합선거구 후보들 중 상당수가 다른지역 시장·군수 등 단체장은 물론 광역·기초의원을 찾고 있는 진풍경이다.

■ 대구·경북 최대 격전지는? - 수성갑구, 김문수 ·김부겸 '빅매치' 전국 이목집중

총선을 예측해보면 본선 경쟁이 치열한 곳이 TK 중에서도 한군데 있다.

전국적으로도 최대 격전지이기도 한 대구 수성갑구이다. 경기도 3선의원으로 2012년 총선과 지난 대구시장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새민연)후보로 선전을 편 한국 정계의 신사 김부겸 전 의원과 노동자에서 경기도 3선의원에 이어 1천만 인구를 가진 경기도지사에 오른 신화를 만든 새누리당 김문수 전 지사의 선거전은 전국에서 주목하는 '빅매치' 선거구가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방 행정 공직자 출신의 총선 노크가 전례 없이 많아 이채롭다.

지방에서 활동해온 비 정당 인사들의 정치계 충원은 다양성과 지방의 대표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여론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통관료 출신인 정태옥 대구시 행정부시장과 교수출신인 이인선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내년 총선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할 재목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구시청내부에서는 정 부시장이 정년이 6년이나 남았고, 차관 승진도 충분히 할 가능성이 있어 총선 출마는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행정자치부 서울시 인천시 간부로 근무한 경험을 가진 그는 평소 "10조원이 넘는 균특 예산만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에 집중 투자해도 지방 낙후 문제는 해결 될 것"이라며 중앙과 지방을 두루 알고 젊고 참신한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폭넓은 대인 관계에다 여성지도자로서 보기드문 경력을 쌓아온 이 부지사는 자신이 태어난 구미갑 출마가 점쳐진다.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초대 원장, 계명대 부총장을 지낸 이 부지사는 "포항·구미·달성군같은 공단도시에서 일자리창출을 극대화하는 것은 지역을 위해서 아주 중요하다"는 말로 출마를 에둘러 표현한다.

이미 안국중 전 대구시 경제통상국장이 달서갑 출마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고위 공직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지난달 20일 명예퇴직하고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언론계 인사로 박영석 전 대구MBC 사장도 달서갑에서 활동에 나섰다.

기초자치단체장의 도전도 내년 총선의 변수다.

행정고등고시출신의 3선 달서구청장인 곽대훈 대구광역시 구청장, 군수협의회 회장은 주변에서 내년총선 출마와 2018년 대구시장 출마를 각각 권유하고 있어 고심 중이다.

총선에 출마할 경우 당과 무소속 가리지 않고 시민의 직접 선택을 받는 과감한 결행을 할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 달서구 3명의 의원이 모두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새누리당 대구시장 경선에서 여론조사 1위를 기록한 이재만 전 동구청장도 지역구 선택에 주판을 굴리고 있는 중이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도 포항 북구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박경호 전 달성군수도 고심중이다.

내년 총선에는 유달리 경찰 출신이 대거 나서고 있어 이채롭다.

서울지방경찰청장출신의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경주), 이만희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영천), 최기문 전 경찰청장(영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달서을)이 그들.

경찰서 수사과장 출신인 이인기 전 의원(칠곡)과 경기지방경찰청장 출신의 윤재옥 의원(달서을)도 다시 금배지를 달기 위해 지역을 다지고 있는 중이다.

■ 거물의 귀환 vs 신인의 등장 - 이병석 의원 5선 성공 여부 관심, 신예 후보들 보수 풍토 깰지 의문

전직 의원들도 다시 국회입성을 노리며 금의환향을 준비중이다.

이명규 전 재선 의원(대구북구갑), 3선의 박창달 전 의원(대구 중남구), 18대 배영식 전 의원, 동구갑에서 재선을 한 주성영 전 의원(대구 북구을), 3선을 역임한 임인배 안양대 부총장(김천), 3선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에 맞서 권오을 인재영입위원장(안동), 성윤환(상주), 정종복(경주) 전 의원이다.

박근혜 정부 각료와 청와대 참모들의 총선 도전은 총선 판도를 뒤흔들 뇌관이다.

서울대 헌법학 교수출신인 정종섭 행자부장관과 한국의 경제정책의 키맨이랄 수 있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대표적이다.

정 장관은 경주나 대구에서 총선 출마를 결심한 상태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대구), 전광삼 춘추관장(울진), 홍보수석을 지낸 윤두현(경산) 한국CATV방송협회장, 백승주 국방부 차관(구미을), 이양호 농촌진흥청장(구미을) 17대 총선 공천을 신청한 신동철(성주) 정무비서관(성주), 농림부 1차관 출신의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공사 사장도 거론되고 있다.

19대 국회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의원들의 지역구 출마도 관전거리다.

앞서 언급한 성균과대 경제학 교수출신으로 비례대표 의원이기도 한 안 수석은 기초연금 등 대선 공약을 만드는 등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의 입안자로 불경기에 허덕이고 있는 대구경제를 살리겠다는 비전을 가다듬고 있다고 여권의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새누리당 강은희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대구에서 태어나 초·중·고·대를 다니고 대구에서 직업(교사 기업인)인으로 산 진정한 대구인임을 자부하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 특별법'을 발의, 지난해 입시에서 교과 과정내에서 문제가 출제되도록 해 교육현장의 변화를 가져왔다.

김제식 새누리당 충남도당위원장은 "강 의원 만큼 지역에 애정을 많이 가진 분은 드물다"고 공개적으로 평가한바 있다. 새민연 홍희락 비례대표의원은 오랜 정당생활에서 다져진 정치감각으로 대구에서 새민연의 깃발로 지역구 의원에 도전하겠다고 한다.

다선 의원들의 재 입성 여부도 관심거리다. 지역내 최다선인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포항북)의 5선 성공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3선 의원인 서상기(북구을), 주호영(수성을), 김태환(구미을), 정희수(영천), 최경환(경산·청도), 장윤석(영주), 유승민 의원(동구을)이 4선 도전에 나선다.

이중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겸직한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장 의원은 마크 리버트 미대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범인을 제압하면서 화제에 올랐고, 지난 7월 정당외교를 위해 김무성 당 대표와 미국을 공식으로 방문하면서 당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따라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유 의원의 새누리당 공천과 향후 행보는 TK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타 지역에 비해 50대 이하 소장파 의원이 없는 편이다.

보수적인 풍토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신예들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경북도당 사무처장, 중앙당 수석 전문위원, 국회 정책연구위원을 역임한 조영삼(48)씨(북구 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청년보좌관을 지낸 김찬영(34) 전 아주대 총학생회 회장(구미 을)이 새누리당 간판으로 지역구 밑바닥을 누비고 있다.

1988년 제13대 총선 이래로 국민당 자민련 등 보수성향의 정당후보 이외 당선이 전무했던 TK지역이다.

야당은 달라진 지역 민심에 기대를 걸며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새민연으로는 대구 남구청장을 역임하고 대구시장 선거에 두 번 출마한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말을 갈아탔던 임대윤 전 동구청장, 오중기 경북도당위원장(포항북), 총선과 교육감 선거 출마 경험이 있는 새정연 김용락 북구갑 지역위원장이다.

한국 정치에서 유일한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출마를 준비중인 대구지하철노조 위원장출신으로 제19대 선거에 출마한 이원준 정의당 달서구위원장, 제19대 선거 대구북구(을)에 출마한 조명래씨 외에도 각 지역위원회별 논의를 통해 후보를 발굴 중이다.

재야 노동계에선 LG전자 3선 노조위원장 출신인 장석춘 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구미을) 정도다.

1구 1인을 뽑는 소선거제하에서 선거를 통해 또는 유력 정당의 공천 경쟁을 통해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입성 할 수 있을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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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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