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가 나기 시작했다. 엊그제부터 포항죽도시장 회 골목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가을 전어가 본격, 나타나기 시작했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대로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오후에는 물량이 달릴 지경이지만 1㎏에 2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전어는 계절에 따라 풍미에 큰 차이가 있다. 봄에 잡히는 것은 맛이 없다. 오죽했으면 '봄 전어는 개도 안 물어 간다'고 했을까. 하지만 가을에는 살이 올라 횟감으로나 구이 감으로 최고의 생선이다. '가을 전어 머리엔 깨가 서 말'이라는 속담이 있지 않는가.

조선시대에도 전어는 인기 있는 생선이었다. 실학자 서유구는 "상인들이 전어를 소금에 절여 한양에서 파는데 신분의 귀천 없이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산다"고 임원경제지에 썼다. 이 때문에 이름에 '돈 전(錢)'자를 넣어 이름을 '전어(錢魚)'라 썼다고 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또 다르게 물속 움직이는 모습이 쏜 화살 같다고 해서 '화살 전(箭)'자를 써서 '전어(箭魚)'로 표기했다.

전어는 뼈째 썰어(세꼬시) 먹는 회 맛이 일품이다. 가을 전어의 지방 양은 봄철보다 3배가량 높다. 가을 전어의 살 오른 기름 맛과 부드럽게 씹히는 뼈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풍미를 더한다. 소금을 쳐서 구워 먹는 구이 맛도 비할 데가 없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허황된 속담까지 전해질 정도다.

입추에 말복, 처서까지 다지나 이제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마음 한구석까지 서늘하게 하는 가을의 초입이다. 가을 전어가 제철을 맞아 미식가들의 입맛을 당기고 있다.

"봄에는/ 홍어 내장으로 보릿국을 끓이고/ 여름에는/ 개불이나 하모 같은 갯것에 입을 대고/ 가을에는/ 석쇠 위에 전어를 굽고/ 겨울에는/ 매생이국을 후후 불며 떠 넣는다./ 낯선 음식에 길들여지는 동안에도/ 사람에 대한 입맛은 까다로워져/ 마음의 끼니를 거르는 날이 늘어간다."

나희덕 시인의 시에서처럼 오늘 저녁 식탁엔 고소한 가을 전어 구이를 올려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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