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부측 공소시효 만료 주장은 권리 남용" …유가족에 37억 지급

포항 보도(保導)연맹사건의 유가족들에게 국가가 배상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포항 국민보도연맹 유족 14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유족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희생자들이 사망한 지 5년이 지나 소송을 낼 수 있는 시효가 지났다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따라 이번 소송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포항 보도연맹사건 유가족들과 다른 지역 보도연맹 사건 피해자 유가족들의 국가상대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1공화국 정부는 6·25 전쟁을 앞두고 좌익 전향자들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국민보도연맹을 조직했지만, 6·25 전쟁 발발 이후 남하하는 북한 인민군과 결탁할 것을 우려해 야산 등에서 이들을 집단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원고 중 희생자의 부인이 소송 전 이미 사망한 사실이 밝혀지며 그 위자료를 자녀의 몫으로 돌린 원심 판결 일부가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고 이 부분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지난 2009년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6·25 전쟁 당시 이른바 '보도연맹 사건'으로 사망한 포항 민간인 166명이 국가 공권력에 희생됐다고 진실규명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국가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자 유가족 중 일부가 2012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국가가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포항 보도연맹원들을 살해했다며, 유가족에게 모두 37억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한편 보도연맹 학살사건은, 지난 1950년 6·25전쟁 중에 대한민국 국군·헌병·반공 극우단체 등이 국민보도연맹원이나 양심수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최소 5천명에서 최대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추정되는 학살 사건이다. 현재에도 사건 진상 조사가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미해결 사건이다.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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