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전 김일성-마오쩌둥 섰던 자리에 박 대통령-시진핑 나란히 참석 북 최룡해 외국정상 맨 끝편에 자리…시진핑 왼편엔 중국측 고위인사

▲ 박근혜 대통령(아랫줄 오른쪽에서 열번째)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3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抗日) 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북한을 대표해 참석한 최룡해 당비서는 두번 째 줄 왼쪽끝에 서서 촬영을 했다. 연합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오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올랐다.

중국이 이날 오전 10시(중국 현지시간)부터 거행한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 정상 가운데 최초로 톈안먼 성루에 올라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를 지켜봤다.

박 대통령이 오른 톈안먼 성루는 1954년 10월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국가주석과 함께 중국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을 참관했던 장소였다.

61년 전 김일성과 마오쩌둥 주석은 한국전쟁 휴전 직후 '항미원조(抗美援朝)'의 혈맹국임을 과시했지만,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10년 인연의 '라오펑여우(老朋友·오랜 친구)로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다.

중국의 혈맹으로 불리는 북한의 지도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톈안먼 성루에 오른 것은 한중관계의 질적 도약 및 변화된 북중관계, 더 나아가 동북아의 역동적인 역학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이라는 평가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톈안먼 광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 주석의 오른편 두번째 자리에 착석해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봤다. 중국의 전통적 혈맹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다음이었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손님 가운데 한분이다. 박 대통령을 잘 모셔라"는 지시를 실무진에 하달하고, 중국 네티즌들이 박 대통령을 '퍄오다제'(박근혜 큰누님·朴大姐)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것에는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내외는 시 주석 오른편으로 다섯번째, 여섯번째 자리에 각각 위치했다.

반면 북한측 대표로 참석한 최룡해 당비서는 톈안먼 성루 앞열의 오른쪽 끝편에 자리해 달라진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행사에서 시 주석 왼편에는 중국측인사가, 오른편에는 외국 참석 정상 등이 자리했다.

앞서 노란색 재킷을 입은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36분께(현지시간) 시 주석의 왼편에 서서 성루를 향해 이동했다.

단체 사진촬영을 마치고 성루로 오를때 시 주석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박 대통령이, 오른편에는 푸틴 대통령이 위치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선두에 서서 계단을 올랐으며 그 뒤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다른 인사들이 뒤따랐다. 박 대통령은 이동 중 시 주석을 비롯해 다른 인사들과 간간이 대화를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박 대통령은 이동에 앞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영접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 내외와 인사 후 이동하려고 했으나 펑 여사가 부르자 다시 와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듯한 모습이 TV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다른 참석 정상 등과 함께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때 박 대통령은 펑 여사를 사이에 두고 시 주석의 왼편에 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이 외국 정상 30여명을 모은 자리에서 시 주석 바로 옆에서 박 대통령과 사진을 촬영하고 앞 열에 박 대통령 좌석을 마련한 것은 큰 배려이자 우리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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