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진보면사무소, 숙박업소에 '양심거울' 만들어 기증

▲ 현금과 함께 보내온 편지.

80대 역사학자가 70년 전에 내지 못한 여관비를 이제야 갚는다며 현금과 편지를 경북 청송군 진보면사무소에 보냈다.

지난달 25일 진보면사무소에 현금 50만원과 편지가 든 등기우편물이 도착했다.

우편물 속 편지에는 "어릴 적 숙박을 한 뒤 도망치면서 내지 않았던 여관비를 갚고 싶다"는 내용의 글이 있었다.

현금과 편지를 보낸 사람은 서울의 한 대학교수로 재직하다 퇴직한 국내 근현대사학계에서는 알아주는 한 역사학자(83).

이 역사학자가 진보면사무소에 보낸 편지 내용은 이렇다.

경북 영양 출신으로 서울로 유학을 가 중학교에 다니던 그는 1945년 8월 해방이 되자 고향을 찾아가게 됐다.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주실마을로 가던 그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청송군 진보면 한 여관에 들렀다.

하룻밤을 지낸 그는 여관 주인이 없는 틈을 타서 여관비를 내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 그뒤 숙박비를 내지 않았다는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온 그는 뒤늦게 여관비를 갚으려고 당시 여관을 찾았다. 그러나 여관은 없어졌고 주인도 찾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진보면사무소로 현금 50만원과 사연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고 했다.

그는 편지에서 70년전 여관비를 현재 화폐 가치 50만원으로 정한 것에 대해 "서울의 한 특급호텔 하루 숙박비가 50만원인 것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여관이나 업주를 찾을 수 없는 만큼 50만원은 진보면 숙박업소를 위해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진보면은 이 역사학자가 보낸 50만원을 단순히 숙박업소에 물품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좀 더 의미 있게 쓰기로 했다. 진보면은 일명 '양심거울'을 만들어 숙박업소에 기증해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하는 미담 소재로 활용할 방침이다.

권영상 진보면장은 "70년 전의 일을 반성하는 노교수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 모두에게 본보기가 됐으면 해서 양심거울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세종 기자
김세종 기자 kimsj@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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