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미전자산업 침체

▲ 구미공단 항공 사진
LG 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OLED 생산라인 1조 500억 투자, 구미-대구-경산 광역철도망 구축 등 최근 구미공단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구미 공단을 이끌어 온 전자산업의 침체로 공단 위기론은 확산되고 있다.

이는 구미경제는 물론 우리나라 수출 흑자수지에 효자노릇을 해온 휴대폰, LCD 등 전자제품의 수출 부진이 수년째 계속되면서 구미지역 경제 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넘어 한계에 다다른 구미전자산업의 현 주소와 좀처럼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구미경제 진단을 위해 경북일보는 현재 구미공단이 처한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상세히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수출 효자 공단, 구미공단

1971년 황무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 수출 환경에서 800만 달러에 불과하던 구미공단이 1997년 100억, 2003년 200억, 2005년 300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거두며 대한민국 수출 경제를 주도했다.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속에 2011년 335억 달러로 상승세가 잠시 주춤 하기도 했으나 2012년 344억, 2013년 368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2014년 325억 달러로 다시 수출 실적이 추락 한 후 하향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글로벌 환율 정책, 중국의 추격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휴대폰, LCD 등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구미 전자산업의 몰락이 자리 잡고 있다.

구미세관에 따르면 2014년 구미지역의 수출액은 325억1천631만8천 달러로 구미시의 당초 수출목표인 380억 달러에 한참이나 모자라 한 때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0%를 책임지는 수출도시로서의 자존심 또한 구겨졌다.

이러한 부진은 2015년에도 이어져 2015년 6월 기준 구미지역의 수출 누계는 137억2천100만 달러로 수출 부진에 허덕였던 지난 해 같은 달 보다 오히려 17% 감소했다.

구미상공회의소가 2014년 12월 16일부터 12월 24일까지 지역 내 50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5년 구미공단 수출전망 결과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한 업체는 32%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구미지역의 2015년 총 수출액은 300억 달러도 되지 않아 구미 경제의 위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지역 경제 관계자들의 우려는 곧 현실이 될 전망이다.

특히 전체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휴대폰 등 전자제품 수출이 전년 누계대비 18%, LCD 등 광학제품도 11% 감소세를 보이면서 구미전자산업의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는 분석이다.



△구미공단의 산업구조

그동안 구미공단의 주력산업도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변화에 맞춰 옷을 바꿔 입었다.

1970, 80년대 섬유, 전자 등을 주력산업으로 탄생한 구미공단은 1990년대 백색가전, 전자전기 등을 거쳐 2000년대 IT, 모바일, 2010년 이후 태양광, 의료기기, 차세대 모바일 등으로 변화에 적응해 왔다.

하지만 지난 40년간 지역과 국가경제 성장의 핵심거점으로 자리매김 해왔던 구미공단은 현재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각종 기반시설이 노후화와 문화, 복지시설시설 부족과 고질적인 교육환경 개선문제가 지연되면서 구미공단의 매력은 점점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창의, 융합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과 정주여건이 열악해 고급 기술 인력을 비롯한 청년층의 산업단지 기피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기존공장의 폐업과 수도권 및 해외로의 사업장 이전이 확산되면서 1공단을 중심으로 대규모 휴폐업 부지가 증가하고 있으며 입주기업 대부분이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독자적인 생존경쟁력 또한 취약하다.

구미공단의 이러한 성장둔화는 구미공단이 그동안 전체 국가공단에서 차지했던 비중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생산의 경우 2000년 전체 국가산업단지에서 15.6%를 차지했던 구미공단은 2013년 10.7%로 그 비중이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수출은 23%에서 12.5%로, 고용은 12.7%에서 8.4% 감소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제5단지 및 확장단지 조성,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는 탄소섬유 산업 육성, 전자의료기기, 국방, 3D프린팅 등 기존의 모바일, 디스플레이 산업에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이 함께 발전하는 IT융복합 산업구조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자산업 침체

엘지 디스플레이 생산 라인의 경기도 파주공장 신설로 구미전자산업의 위기가 시작, 삼성 휴대폰 공장의 베트남 이전은 구미공단의 산업 뿌리를 흔들고 있다.

전자산업 대기업의 수직적 하청구조로 조직돼 있는 구미 공단은 이들 대기업들을 따라 수도권 및 해외로 이전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하청기업들의 운명이 달렸기 때문이다.

또 근로자들도 기업을 따라 이전하거나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등 전자산업의 쇠퇴는 구미지역에 많은 사회문제까지 양산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들에 따르면 베트남 휴대폰 생산 공장 건설은 세계시장 경쟁력을 위한 기업의 생존전략이며 구미공장에는 생산 기술 연구 및 개발에 필요한 고급인력이 충원되면서 전체 고용 인력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수도권 및 해외로 동반 이전하는 업체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구미공단에는 빈 공장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구미공단을 기피하는 가장 큰 문제는 교통, 교육, 문화 등 정주여건 부족을 첫 번째로 들고 있다.

현재 구미역에는 KTX 열차가 정차하지 않아 KTX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40~50분 거리의 김천 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김천(구미)역으로 가야하는데 구미를 방문한 기업 바이어 및 관계자들은 매번 이 문제에 대해 불편을 호소해 왔다.

지난 달 21일 구미~대구~경산을 연결하는 광역철도망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지만 이 또한 구미공단과는 동떨어져 있어 경제, 문화, 교육 등의 대구 종속화를 가속화 시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에는 KTX 역사 신설, 북구미 IC, 구미공단운동장 ICT 융복합집적지 조성 등 굵직굵직한 국책 사업을 추진하다 사회적 물의를 빚고 활동을 중단한 심학봉 국회의원 문제도 구미발전에 악재로 악용하고 있다.

인재를 받아들여 둔재로 둔갑시킨다는 조롱을 받고 있는 구미교육도 문제다.

2015년 구미지역 고교의 정시 및 수시 서울대 합격자 수는 총 12명으로 경북도내 라이벌 도시인 포항시의 33명(수시모집)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심지어 이웃 도시 김천시의 경우 2015년 김천고등학교 한 학교에서만 6명이 서울대에 합격해 구미 교육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구미시가 그동안 교육도시를 자청하며 매년 250여억원을 지원한 구미시 교육지원경비의 쓰임새를 고민해야 한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지난 달 23일 열린 LG디스플레이㈜의 구미공장 플렉서블 OLED 1조500억원 신규투자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한상범 LG 디스플레이㈜ 사장이 지적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에 따른 인력수급 문제, 교육, 문화, 교통인프라 등 정주여건에 대한 우려를 지역 정치권은 가볍게 받아들이면 안된다"고 충고했다.
하철민 기자
하철민 기자 hachm@kyongbuk.com

부국장, 구미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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