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명확한 동의 규정 없어 파병에 대한 우려 불식 어려워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주목받는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 문제에 대해 일본의 새 법률과 일본 정부의 입장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불가능하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적이 있지만 그런 입장을 뒷받침할 조문이 법에 명확히 나와 있지 않은 것이다. 아베 총리는 안보 법안 심의가 한창이던 지난달 2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안보 법안 통과시) 법률상 집단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는 밀접한 관계국에 한국은 배제되느냐'는 오가와 도시오(小川敏夫) 의원(민주당)의 질의에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집단 자위권은 제3국이 공격받은 경우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할 권리다. 즉, 아베의 말은 집단 자위권을 활용해 자위대가 지원에 나설 '제3국'에 한국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어 유사시 한반도 파병 가능성에 대한 후속 질문에 아베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지더라도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활동은 원칙적으로 공해상에서의 미군 후방 지원, 미국 군함 보호 등에 국한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해석했다.

하지만 자위대가 한국의 동의없이 한반도에 들어오는 상황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근거를 질문받자 아베 총리는 똑 부러지게 답하지 못했다.

최초 아베 총리는 한반도 유사시는 집단 자위권 행사의 요건으로 법안에 명시된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자유·행복 추구의 권리가 근저로부터 뒤집히는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이 어떤 무력공격을 받더라도 일본의 존립과 무관하다는 말인가'라는 추궁을 받자 "해외 파병 전반은 헌법에 금지돼 있다"고 달리 답했다. 또 잠시 당국자의 조언을 받은 아베 총리는 "자위대법 88조 2항에 '무력행사는 합리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한도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는 새로운 설명을 했다.

오락가락한 아베 총리의 답변에 대해 오가와 의원은 "법률에는 (한반도 파병이) 불가능하다고 써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19일 성립된 11개 법 중 하나인 개정 무력공격사태법은 집단 자위권 행사의 요건을 거론하면서 공격받은 국가의 동의나 요청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아베 정권이 영역국 동의나 요청을 집단 자위권 행사의 전제 조건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은 유엔 차원의 집단안보 조치 등 공격받은 국가의 요청이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활동에 참여하는데 제약이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또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 등 일본 정부 당국자는 누차 국제법상의 원칙을 들어 '타국 영역 내에서 자위대가 활동할 경우 해당국의 동의를 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안보 법에 동의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는 한 한반도 유사시 한반도 내 자국민 구출 등을 이유로 한국 정부 동의없이 출동하는 상황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만만치 않아 우려가 완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