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위험이 도사리는 상황 국방의 의무가 우선인가 개인의 양심·자유가 우선인가

▲ 이종욱 사회부장
올해 유난히도 뜨거웠던 지난 8월은 경기도 파주 DMZ에서 북한이 설치한 목함지뢰가 폭발, 2명의 부사관이 크게 다치는 것으로 시작돼 포격도발사건에 이어지면서 일촉즉발의 남북대결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이 상황은 양측의 마라톤 협상끝에 일단락 됐지만 종전이 아닌 휴전상태인 한반도는 언제 어디서 도발할 지 모르는 화약고 같은 곳이다.

실제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이후 7개월 만에 연평도 포격사건이 벌어졌고, 1999년 이후 세차례나 벌어진 서해교전사태 등 굵직굵직한 도발행위로 우리 국민들은 늘 전쟁의 공포속에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특히 지난 8월 4일 목함지뢰폭발사고로 2명의 부사관이 큰 부상을 입은 뒤 남북간 극도의 긴장사태가 이어지다 북한이 예고한 무차별 공격예정시각 직전 극적인 당국간 협상이 시작되면서 일단락됐다.

이같은 긴장상태가 이어지던 지난 8월 13일 수원지법 형사단독 황재호 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행위로 병역법 위반한 '여호와의 증인'신자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앞서 광주지법은 올들어서만 양심적 병역거부행위를 한 3명의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무죄판결을 내렸다.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 국감질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종교적인 문제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이 무려 5천723명에 달하고, 이 중 5천215명이 형사 처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올들어 4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인사 임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때마다 단골메뉴로 나온 것이 본인 또는 자식들의 병역기피문제였고, 국회의원 등 각종 선거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소위 힘있고 빽만 있으면 어떻게든 병역을 치르지 않기 위해 혈안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군복무는 힘없고 빽없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식의 황금같은 청춘 21개월을 군에서 보내는 것이 아깝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 것이며,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부모는 또 어디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린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무죄판결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힘있고 빽만 있다면 어떻게든 병역을 면하게 하려는 사람들에게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또하나의 병역면제 요인을 제공하는 게 아닌가 라는 우려때문이다.

기자는 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언제 어디서든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를 지켜야 하는 국방의 의무가 우선인지, 개인의 인권과 양심의 자유가 우선인지'묻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인권과 양심의 자유가 있는 것인가?

끊임없는 도발행위로 위협받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전쟁의 위협이 높지 않은 나라의 '인권과 양심의 자유'와 비교한다는 게 올바른 판단의 기준인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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