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음 주강현·출판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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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동해 문명사―잃어버린 문명의 회랑.
'환동해 문명사―잃어버린 문명의 회랑'(주강현·돌베개)은 동해를 중심으로 하여 환동해권 지역의 문명의 부침과 교섭을 해양 사관을 통해 정리한 책이다.

'환동해'(環東海)라는 말이 낯선 것은 동해 또는 환동해 영역이 '잊힌 바다', '변방의 바다'라는 점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해양을 중심에 두고 역사를 쓰는 작업이 익숙하지도 않았거니와, 동해가 역사 기술의 대상이 된 적도 없다. 이는 역사가 국민국가의 제한 속에서 기술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역사, 농경문화 중심의 역사를 해양 문명사보다 우선시했던 역사 연구의 관성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는 한반도가 대륙과 바다를 연결하는 해륙국가의 위치를 점해왔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대륙을 연결하는 육로뿐만 아니라 동해의 다양한 바닷길을 통해 문물이 오가고 문명 간의 교류가 있었다.

그중 발해와 일본의 교류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데, 그들이 이용한 바닷길은 두만강 하구와 연해주 지역에서 동해를 거쳐 일본 호쿠리쿠(北隆) 지역에 당도하는 길이었다.

숙신과 말갈 등의 다양한 민족으로 이루어진 발해에서 일본(국민국가 '일본' 이전)에 당도한 사람들이 과연 발해의 고구려계뿐이었을까.

오래전부터 연해주는 여러 소민족과 토착 원주민들이 살던 곳이었는데, 과연 발해 이전에 동해 루트를 이용하여 일본과 교류한 소민족이 없었을까.

요컨대 동해에 면한 대륙에서 일본을 통하는 해양 루트는 분명히 존재했을 거라는 점이다.

동해를 둘러싼 해양 문명사는 중화적 세계관과 패권적 역사관에 의해 오랜 세월 잊혀졌다.

일본의 석학 아미노 요시히코(網野善彦)는 '일본'이라는 국가의 실체가 7세기가 되어서야 만들어진 것이라며 '일본'의 역사를 농민이 아닌 카이민(海民) 중심으로 쓰고자 했다.

이는 대륙 중심의 문명관, 승자 중심의 역사관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다. 문명사를 쓰는 데 국경은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환동해 문명사'는 국경이라는 인위적 경계와 국민국가의 제약을 넘어, 유라시아의 '변방'인 환동해 영역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역사를 복원하고, 그들이 이루었던 문명의 현장과 그 교섭 양상을 기록한다. 그리고 환동해 문명이 여전히 '장기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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