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월 26일 경주에 갔다. 나는 경주가 고향이고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다. 65년 고교시절 경주 신라문화제에 다녀온 후 50년 만에 경주를 찾은 셈이다. 서울에서 친구 부부와 승용차로 내려갔다. 50년 전 그때 경주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보문단지는 명품 중 명품이었다.

일행과 함께 보문호수 갓길을 산책하자 저녁 식사 때가 됐다. 토속적인 음식을 먹고 싶었다. 하양에 살고 있는 고모에게 안부전화를 하고 경주 맛집 소개를 부탁했다. 고모는 쪽샘에 가면 쌈밥집이 많은데 식당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우선 우리일행은 쪽샘 지역을 찾아 가기로 했다. 그래서 차를 세워두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나이가 60이 넘어 보이는 사람인데 몸집이 뚱뚱하고 희끗 희끗한 머리를 스포츠로 깎았다. 우리일행을 처다보던 그는 외지에서 온 것을 알아차리고 길가에 세워둔 자기차에 오르면서 따라 오라고 했다.

우리는 깜박거리면서 우리일행을 인도하는 앞차를 따라갔다. 보문단지에서 쪽샘 까지는 꽤 멀었다. 쪽샘 동네에 오니 쌈밥집이 많았다. 그러나 앞차는 계속 깜박거리면서 천천히 골목길을 지나고 있었다. 앞차가 불이 환하게 켜졌고 주차장이 넓은 쌈밥집 건너편에 세웠다. 그는 차에서 내려 경주에 쌈밥집이 많은데 이곳이 그래도 소문난 집이라고 했다. 정말 고마웠다. 그래서 성씨라도 알자고 했더니 손 씨라고 했다. 고맙다고 몇 번이고 인사를 했다. 그 분 덕에 경주가 따뜻한 고향임을 새삼 느끼게 됐다.

그가 안내한 쌈밥집 앞에는 관광버스가 세워져 있었다. 관광 온 손님을 전문으로 받는 식당임을 짐작하게 했다. 관광손님이 많으면 복잡하고 시끄러울 텐데…. 썩 내키지 않아 잠시 망설였지만 우리를 성의껏 안내한 그분을 생각해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은 경주시가 지정한 모범식당이다. 들어가서 앉자마자 음식을 날라왔다. 마치 음식공장에서 만들어놓은 것을 기계적으로 상위에 진열하는 것 같았다. 잡채, 콩나물, 두부튀김, 돼지불고기는 온기(溫氣)가 없고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일행은 눈살을 찌푸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막걸리를 시켰더니 더덕막걸리뿐이라고 했다. 왜 일반 막걸리는 없는냐고 했더니 자기집에는 다른 막걸리는 팔지 않는다고 했다.

더덕막걸리는 제조공장 표시가 있는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제가 아닌가. 다른 막걸리는 없다고 하니 하는 수 없이 더덕막걸리 반 되를 5천원에 먹었다. 4명이서 겨우 한 잔씩이었다.

더덕 막걸리만을 손님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식당이 경주시가 지정한 모범식당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 경주여행에서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해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제 막걸리를 억지로 손님에게 떠넘기는 모범식당(?)도 있다.

50년만의 고향나들이가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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