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특별기획 - 훈민정음 상주 해례본 정말 불탔나?

▲ 사진 왼쪽이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고 오른쪽은 기존 국보 70호인 간송미술관 소장 해례본의 사본이다. 연합
▲ 국보급으로 평가되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상주시 낙동면 배모(52)씨 집이 지난 3월 불에 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가 화재 원인 규명 작업을 벌였다. 연합
2008년 7월 31일 지역의 방송을 통해 한 번 공개되면서 전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7년이 지난 지금 행방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제 569돌을 맞은 한글날, 한글과 관련한 소중한 문화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는지 자음과 모음이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를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한문으로 직접 설명해 놓은 책자로 2008년 상주본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1940년 안동에서 발견된 안동본(간송본)이 유일한 사료였다.

그러나 상주본이 발견되면서 그 가치는 간송본(국보 70호,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 등록)보다 크게 높다는 평가와 함께 문화재청이 당시 무려 1조원이 넘는다는 천문학적인 감정가격을 내놓아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보존상태가 좋고 책의 여백에 붓글씨로 주석이 달려 있는 등 연구 흔적이 뚜렷해 간송본보다 학술적 가치가 월등하게 높다는 학계의 평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7년전 잠깐 공개됐던 상주본은 지금 행방이 묘연한 채 더 이상 세상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소장자였던 배모씨가 올 3월에 자신의 집에 불이 나 집안에 보관해 두었던 해례본이 불에 타 소실됐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그러나 배씨가 상주본을 길이 36㎝의 신문지에 싸 구멍 3개짜리 시멘트 벽속에 끼워 숨겨놔 당시 화재로 인해 일부 타긴 했겠지만 시멘트 블록 덕에 한줌의 재가 되진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정에 대한 근거는 지금도 고미술시장에 상주본이 매물로 나와 있다는 소문과 배씨가 상주본을 3분의 1 크기로 복사해 거물급 중개상들을 은밀하게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배씨가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이 책의 실효적인 소유자가 돼 지금은 배씨를 상대로 강제회수를 할 수도 없고 판매도 막을 수 없다"며 "유일한 방법은 배씨를 설득하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학계 관계자들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쌍ㅎ'을 직접 적었을 정도로 한글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조선시대 어느 학자의 연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주본이 하루빨리 세상에 다시 공개돼 온 국민들이 그 가치를 다 알아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상주본은 당초 골동품 가게(상주시 복룡동)를 운영하던 조모씨(고인) 소유였는데 배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다른 고서적을 사면서 몰래 훔쳐갔다고 주장해 법정싸움으로 이어졌다.

이후 법원이 조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조씨가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는데 배씨가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책자를 내놓지 않아 이때부터 상주본은 자취를 감춘채 숨박꼭질이 시작됐다.

배씨는 형사재판에서 절도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뒤 출소 해 집에서 기거하다 올 초 집에 불이 나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소실되는 바람에 자신에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성대 기자
김성대 기자 sdkim@kyongbuk.com

상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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