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갑용 리빙정보주식회사 대표이사
2002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민사집행법으로 법원경매 과정이 대폭 개선되고 공정해진 결과, 이제 입찰법정에서 젊은 직장인과 유모차를 끌고 온 여성을 쉽사리 만날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됐다.

변호사 등 전문가와 브로커들만의 잔칫상으로 보일뿐 일반인에게는 어렵고 두렵기만 했던 경매법정에서 이 같은 광경을 자주 볼 수 있게 된 이유는 경매진행 과정에서 취합된 모든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고 기회균등주의 정책에 따라 누구에게나 공평한 룰이 적용돼 정당한 경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IMF사태로 부쩍 늘어났던 경매물건이 2008년 하반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지금은 경매신청 건수가 과거의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경쟁률이 치솟아 매수(낙찰)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에 권리가 간단한 물건을 채산성 충분한 가격으로 낙찰받기란 사실상 어려워졌다.

매물은 줄고 경쟁률이 높아진 지금 경험 많은 전문가들의 걸음은 법정지상권 및 유치권을 다투는 등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다.

토지 또는 건물만 매각하는 경우 법원에서는 '법정지상권 성립여지 있음(불분명)'이라고 고지하는데 이는 경매초보자에게 큰 부담으로 인식돼 입찰을 기피하게 만든다.

그러나 타인의 눈에는 해결 불가능하게 보이고 내 눈에는 해결 가능하게 느껴진다면(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다면) 매수(낙찰) 후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 부당이득금반환을 구하는 소송의 번거로움을 상쇄하고도 수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이처럼 권리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리스크 있는 물건에 선뜻 입찰할 수 있기 위해서는 법정지상권 성립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함은 물론 유치권 및 지분경매 물건에 대한 권리도 쉽게 꿰뚫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대구·경북지역에만 머물러 있던 눈을 크게 뜨고 여타지역 경매물건을 검색하다보면 토지상에 건물이 있으나 그중 어느 하나만 매각하는 경우를 쉽사리 접할 수 있다.

법정지상권은 토지와 건물 중 어느 하나가 경매로 인해 매각됨으로서 소유권이 각각 분리됐더라도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시켜 주는 것이 국가·사회의 경제적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개인적으로도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 건물소유자를 위해 법률로 인정하는 제도라고 설명한바 있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법정지상권 성립이 어렵다.

△2011년 A는 공장용지 및 공장건물을 경매로 취득했고 은행에서 낙찰대금 대부분을 대출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필했다.(토지 및 건물 공동저당)

2012년 A는 공장(구건물)을 멸실시키고 새로운 건물을 신축했으나 은행과 상의 없이 신축건물을 타인(B)에게 매도했다.

그 후 A가 이자를 갚지 않자 은행은 2013년 법원에 A의 토지에 대한 경매를 신청했고(공장건물의 소유자는 B여서 경매신청 불가), 이를 C가 낙찰 받았다면 B의 건물은 C의 토지위에 존재할 권리가 있을까.

<판례>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관해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지상 건물이 철거되고 새로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는 그 신축건물의 소유자가 토지의 소유자와 동일하고 토지의 저당권자에게 신축건물에 관해 토지의 저당권과 동일한 순위의 공동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당물 경매로 인해 토지와 그 신축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하게 되더라도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03. 12. 18. 선고, 98다43601 전원합의체 판결, 건물철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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