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운전·잘못된 식습관으로 성인 과반수 항문질환 치핵 존재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 필수

▲ 김병년 상쾌한 항구병원

진료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항문 질환을 가지고 있으나 검사를 꺼리거나 치료 받기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물론 수술이 능사는 아니지만 치료 시기를 놓쳐서 심한 상태가 돼 어쩔 수 없이 수술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상태가 되면 수술하는 의사에게도 부담이 되고 수술 받는 환자들도 회복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어떤 질병이든지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며 정확한 진단이 이뤄졌으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은 성인의 50~80% 정도에서 존재하고 있는 가장 흔한 항문 질환인 치핵에 대해 알아 보자. 치핵은 항문관의 점막 바로 아래층에 있으며 배변을 부드럽게 해주는 쿠션 조직(혈관 조직)을 말한다. 이런 쿠션 조직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조직이지만, 여러가지 원인으로 부종이 생기거나 비정상적으로 커져 출혈이 생기거나 항문 밖으로 밀려나오는 경우를 치핵이라고 부르고 치료를 하게 된다.

치핵의 원인은 다양하게 설명되고 있다. 먼저, 변비나 설사 등의 잘못된 배변 습관이 있는 사람들에게 치핵이 많다. 섬유질 섭취가 적고 육류의 섭취가 많으며 과음하는 등의 잘못된 식습관도 치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복부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운동을 무리하게 하거나 운전을 오래하거나 무거운 것을 많이 드는 직업을 가지신 분들에게도 치핵이 많다. 여성에게는 임신이 치핵 발생의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주된 증상은 대부분 통증이 없이 항문이 빠지는 탈항이 가장 흔하고, 선홍색의 출혈이 있거나 가려움증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때로는 음주나 과로로 인해 갑자기 항문이 붓거나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주의 할 점은 항문 주위 농양이나 치루 등도 증상이 비슷하다. 단순히 치핵이겠지 하고 검사를 미루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농양이나 치루는 빠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치핵으로 진료 받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아프지도 않은데 꼭 수술해야 되나요?"이다. 치핵은 암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며 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해야 만 하는 것도 아니다. 치핵의 치료는 상태에 따라 다르며, 탈항 정도에 따라서 1기부터 4기까지 분류한다. 1기는 탈항이 없으며 출혈만 있는 경우다. 2기는 배변시 치핵이 항문 밖으로 돌출되나 배변이 끝나면 바로 들어가는 경우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기나 2기의 치핵은 대부분 보존적 치료를 받게 된다. 3기 치핵은 배변시 항문 밖으로 돌출된 치핵이 저절로 들어가지 않아 손으로 밀어 넣는 경우이며, 4기는 손으로 밀어 넣어도 잘 들어가지 않는 상태다. 대부분 3기 치핵부터 수술적 치료를 권하는 경우가 많으며 4기 치핵은 이미 수술을 받아야 할 적절한 시점을 놓쳤다고 볼 수 있다.

치핵은 퇴행성 변화가 동반되기 때문에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4기 치핵이 3기 혹은 2기로 좋아지기는 어렵다. 오히려 3기 치핵이 4기 치핵으로 진행돼서 오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원형자동문합기를 이용한 수술법(PPH)도 개발됐으며 전통적인 방법보다 통증이 적으며 회복도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세한 사항은 전문의와 직접 진료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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