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로·아나고 등 대다수 일본식 올바른 우리말 표현 사용할 때 글로벌 해양도시 향한 큰 걸음

▲ 이한웅 PR스토리 상상 대표
2016년 10월 9일, 포항여객선터미널 광장에서는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훈민정음 반포 570돌 한글날 기념'우리땅 독도사랑 우리말 글짓기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대회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글로 독도사랑을 표현하는 기회를 가져 독도수호의 결연한 의지를 다져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전국규모 대회. 특히 독도로 가는 길목인 포항에서 행사가 열리는데 대해 각계의 관심도 고조됐고 한글학회 임원들도 심사위원으로 대거 참석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주최측의 나대로 운영위원장은 대회 심사위원으로 초대되어 서울서 내려온 한글학회 소속 김바다 교수에게로 다가갔다. "심사위원님! 식사시간입니다. 모처럼 포항까지 먼 길 오셨는데 저 길 건너편에 좋은 사시미(생선회)집이 있는데 가서 식사부터 하시죠?" "마구로(참다랑어)는 좀 비싸서 못사드려도 아나고(붕장어)나 히라시(방어) 정도는 대접하겠습니다" 김 교수는 대부분 일본어가 섞인 식사권유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상대의 호의를 생각해 따라 나섰다. 나 위원장은 횟집 문을 들어서자마자 가게가 떠나갈 듯 큰소리로 소리쳤다. "아지메! 여~ 서울서 귀한손님들이 오셨는데 우선 자부동(방석) 좀 깔고요, 쓰기다시(곁들이 반찬)하고 그 대하(왕새우)나 오도리(생새우) 그것도 좀 오봉(쟁반)에 수북이 담아 내오소. 그라고 사라(앞접시)하고 와리바시(젓가락)도 사람 수 대로 좀 주시고요" 나대로 위원장의 하이톤 주문이 이어지자 김 교수 일행은 마치 일본의 한 어촌에 온 느낌을 받았다. 온통 일본어 투성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나대로씨의 멋대로 주문의 목청은 더 높아졌다. "서울서 먼 길 오셔서 속이 허하실 텐데 회 나오기 전에 미소시루(된장국)하고 쓰시(생선초밥) 먼저 주이소. 삶은 이까(오징어)도 좀 내오고…."

식사가 시작되자 한술 더 뜬다. "위원님 서울서는 이 싱싱한 회 잘 못드시지예? 세꼬시(뼈째회)는 와사비(고추냉이)장에 찍어 드셔야 제 맛입니다. 매운탕에 다대기(다진양념)도 더 넣어 드시고 오뎅(어묵)반찬도 많이 잡수이소. 나중에 이 집에서는 식사하시고 나면 디저트로 모찌(찹살떡) 나오는데 그때 요지(이쑤시개)로 찍어서 드시면 맛 좋습니데이."

한글날이 지난지 며칠 되지 않았다. 가상으로 적어본 상황 글이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오고가는 음식문화 용어에는 대다수가 일본식 표현을 이뤄져 있다. 이것 말고도 수산물 용어는 유독 일본식 표현이 많다. 일제가 수산자원 수탈에 광분했기 때문에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뒤늦게나마 수산당국도 일본식 표현이 널리 상용되는 수산 용어를 쉽고 사용하기 편한 우리말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 제주도의 경우도 일본어투로 사용되는 수산관계 법령용어를 일반인들이 쉽게 알아보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개정하고 있다.

포항은 넓은 태평양을 바라보는 창조적 해양도시다. 음식축제를 자주 여는 것도 좋지만 올바른 우리말 표현으로 음식문화를 재정립하는 시도를 하는 것도 글로벌 해양관광도시로 가는 큰 걸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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