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현장 - 한국국학진흥원 '목판연구소'

▲ 안동 하회마을 충효당에 보관 중이던 유교목판이 한국국학진흥원으로 옮겨지기 위한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

'유교책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경북도와 한국국학진흥원이 지난 2002년부터 추진해온 '목판 10만 장 수집운동'의 결실로 집약된다.

등재된 목판들은 근·현대 격변기를 거쳐 오면서 땔감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요철 같은 글씨 때문에 빨래판으로도 사용돼 어쩌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뻔했다.

하지만 국학진흥원의 노력으로 이제 '유교목판'은 제 가치를 발휘하게 됐다. 유네스코도 유교목판이 공론을 통한 제작과정과 내용의 진정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에 등재된 유교책판은 305개 문중 서원에서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718종, 6만4천226장이다. 이중 문집이 583종으로 가장 많으며 성리학 서적이 52종, 족연보가 32종, 예학서가 19종, 역사서가 18종, 훈몽서가 7종, 지리서가 3종, 의학서 등 기타 4종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장판각을 지어 기탁된 책판을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보관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2009년부터 국내유일의 목판연구소를 설립해 본격적인 가치 규명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에도 목판연구소 연구원들의 숨은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베어 있다.

현재 목판연구소에는 임노직 목판연구소장과 박순, 김종건 전임연구원 3명이 전부다. 목판연구소에서 만난 박순 연구원은 "팔만대장경 하면 어느 누구도 합천 해인사를 떠올린다. 하지만 유교책판 하면 대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유교책판의 가치와 내용들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판연구소에서는 등재신청 이후 기탁된 목판과 영남권은 물론 전국에 흩어져 있는 유교관련 목판을 수집해 추가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서울특별전을 시작으로 전국 대도시 순회 전시도 계획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유네스코가 가장 중요시하는 게 유산의 보존성과 접근성이라고 지적했다.

수장고인 '장판각'도 지어진 지 10년을 넘어, 최첨단 장비 등 전반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장판각에 보관된 유교책판을 일반인들은 볼 수 없어, 진흥원에서는 '사이버 장판각' 및 목판아카이브에 일일이 유교책판 사진을 찍어 올려 한글과 영문으로 유교책판의 내용들을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2만여 장의 작업을 마친 상태. 이중 100여 장만 3D 입체영상으로 제작됐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등재 이후 할 일이 더 많아진 것 같다며 언젠가는 모든 유교책판이 3D 입체로 제작되길 기대했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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