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에 확고한 공감대"

미국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들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성공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을 상대로 도발을 억지하면서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문도 열어놓겠다는 양국 정상의 의지가 '공동성명' 형태로 제시됐고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를 형성해낸 것이 의미있는 성과였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이 중국 쪽으로 경사된 것이 아니냐는 미국 내의 우려를 불식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이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지지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한데 이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 협력의 의제를 확대하고 구체화한 것도 주목할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연합뉴스에 "정말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며 "두 정상이 북한에 대해 강한 억지력을 과시하면서도 이란 핵협상처럼 대화가 열려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이 큰 의미"라고 밝혔다.

차 석좌는 특히 "미국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인해내기 위해 한국이 중국과 협력하는 것을 원한다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한반도담당 선임연구원은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는 데 성공적이었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엄청난 경의와 신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어 "가시적인 성과물은 없었지만 북한의 도발과 북핵문제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고 성공적이었다"며 "특히 두 정상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을 경우에 대비한 공동대응 방안을 조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두 정상은 전례 없는 공동성명을 통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또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전쟁을 거치며 다져진 한국과 미국의 동맹이 결코 깨질 수 없음을 확인했다"며 "특히 박 대통령의 펜타곤 방문은 양국의 동맹이 양자관계의 가장 탄탄한 기반이 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신호였다"고 평가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반도 선임연구원은 "양국 정상이 채택한 공동성명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못하도록 억지하는 강력하고 단결된 선언"이라며 "이 같은 목표를 향해 중국과의 공감대를 넓히고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양국 정상의 의지는 주목할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성명은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데 따른 비용을 높이면서도 북한이 경로를 바꿀 경우 대화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이번 정상회담은 서로 호흡이 잘 맞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특히 "이란 핵협상의 교훈에 근거해 양국 정상은 북한이 더 나은 미래를 성취하는데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공통의 견해를 확인했다"며 "북한이 현행 경로를 유지할 경우 감당해야 할 비용만 키우고 국제사회로부터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양국 정상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이 매우 중요했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커지면서 비핵화 논의가 군축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이 같은 우려를 확실히 씻어냈다"고 말했다.

매닝 연구원은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통일에 대한 지지를 확인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매닝 연구원은 또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동맹이 글로벌 동반자 관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공적인 회담이었다"며 "특히 박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 주목되며 아마도 한국이 TPP에 추가로 가입할 첫번째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캐서린 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양국 관심사들에 대한 공통의 이해와 약속을 확인한 매우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문 석좌는 "박 대통령은 TPP와 사이버 안보, 국제보건, 인도주의적 지원, 환경, 기후변화, 대(對) 테러와 같은 미국 주도의 국제 어젠다들을 강력히 지지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 동북아평화구상, 통일, 국제보건, 핵안보, 환경, 우주개발과 같은 분야에서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전략적 입장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양국 정상이 논의한 글로벌 협력은 한·미 동맹의 새로운 차원"이라며 "양국 정상이 지역과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리더십에 초점을 맞춘 것은 단순히 수사(修辭)의 문제가 아니라 갈수록 긴요해지는 양자협력의 중요성에 관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미국 워싱턴 내에서 박 대통령이 지난달 중국 열병식에 참관한 것을 불편하게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번 방미를 계기로 상당히 희석됐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WP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박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압박한 것은 바람직했다"며 "한·중 관계 발전이 한·미 관계를 해치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내용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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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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