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차례 낙동강 오염 겪은 대구 먹는 물 정치 쟁점화 해선 안돼 구미시민들의 통큰 양보 기대

▲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이전돼야 할 대구시민들의 취수원 이전. 그런데 이게 꼬이고 비틀어지면서 지지부진하다. 왜 그럴까.

250만 대구시민이 사용하고 있는 식수원이 불안하고 크게 위협받기 시작한 것은 1991년부터다. 구미공단에서 배출된 페놀이 낙동강을 오염시키면서 대구시민들의 식수원 문제가 수면위로 본격 떠올랐다. 그 이후에도 지금까지 8차례 걸쳐 대형수질오염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시는 2006년에 대구취수원 이전을 건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국토부가 대구취수원 이전을 핵심과제로 선정해 추진한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 지난 2월에는 남유진 구미시장이 대구시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취수원 이전을 위한 민관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올 들어 4차례 걸쳐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진척된 것은 별로 없다.

구미공단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은 1천672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대구시 상수도본부가 매일, 매주, 매월, 분기별로 나눠 검사하는 항목은 총 190종으로 11.3%에 불과하다. 무슨 화학물질이 얼마나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대구시민들의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수가 없다. 더구나 구미는 지금 새로운 공단이 또 조성되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화학물질이 낙동강으로 버려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쯤되면 대구시민들이 머리에 붉은 머리띠를 둘러메기를 벌써 여러 번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경북이고 구미이기에 참고 있다.

이야기를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0년대 중반 대구시는 위천국가산업단지 건설을 추진했다. 그러나 대구 위천국가산단은 끝내 백지화됐다. 식수오염을 우려한 부산·경남 지역의 반발 때문이었다. PK주민들의 식수오염 우려는 구미공단에서 발생했던 페놀오염사건이 결정적이었다.

대구시민들은 지금까지 수차례 낙동강 오염 사건을 겪으면서 수돗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구미에 또다른 대형 공단이 조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구미는 남이 아니기에 인내하고 있다. 매일 대구와 구미를 오가며 출퇴근 하는 인구만도 최소 2만5천에서 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 가족까지 합치면 10만명 이상이 지리적으로는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이웃사촌이다. 대구가 불편하고 어려워지면 구미도 그렇게 될 것이다. 반대로 구미가 힘들고 불행해지면 대구도 결코 편안하고 행복할 수 없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상생협력은 과거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 경북도청이 이전하면 더욱 더 그렇다. 생존의 현안이자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3월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는 정기총회를 열고 28개 과제를 위원회에 상정해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구·경북 취수원 이전은 상생협력과제에서 빠져있다.

언제가는 반드시 이전이 돼야 할 대구취수원 이전. 구미시민들의 통큰 양보를 기대한다. 그리고 먹는 물 문제를 가지고 정치 쟁점화해 이득이나 챙기려는 무리들이 있다면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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