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본은 모두 다뤘으나 대부분 '형식적 서술' …3·1운동 중요인물 중 한 명이라는 정도로 인식돼

PYH2015102800260001300.jpg
▲ 류영하 백석대학교 유관순연구소장은 2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해 "국정이든 검정이든 유관순의 존재는 대단한 것인 만큼 많이 거론된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는 8종 중 일부 교과서가 유관순 열사를 수록하지 않았다. 백석대 제공
한국사 국정화 방침을 계기로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실린 유관순 열사의 기술 실태에 관심이 쏠린다.

교육부가 국정화 홍보용으로 제작한 '유관순 동영상'을 통해 유관순이 교과서에서 빠졌거나 부실하게 기술됐다고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이 동영상을 보면 2014년까지 시판된 교과서 8종 가운데 2종은 유관순을 빠뜨렸고, 2종은 사진 없이 이름 등만 언급했다.   

2015년 보급한 교과서 8종은 유관순을 모두 다뤘으나 너무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를 나열하면서 단순히 이름만 제시하거나 간단하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유관순이 3·1운동 당시 일제가 가장 경계한 인물이거나 부모가 살해되는 등 일가족이 심각한 고초를 겪었다는 대목은 아예 없다.

교육부는 향후 발행할 교과서에서는 유관순 등 대표적 항일투사와 독립운동 역사를 더 자세히 다루기로 했다.'

◇ 작년까지 고교 8종 중 두산동아·미래엔은 유관순 누락

검정교과서 8종 가운데 지학사 교과서만이 본문·도움글·사진에서 모두 유관순을 다뤘다.

지학사는 292쪽 본문에서 "일제가 시위를 탄압하려고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자 유관순을 비롯한 학생들은 고향으로 내려가 시위대를 조직하기도 하였다"고 기술했다.

이 페이지 아래쪽의 도움글 '역사더하기'에서는 '독립만세의 횃불을 올린 유관순'이란 제목으로 유 열사의 사진과 함께 3·1운동 과정에서의 유관순의 활동과 일본 헌병에 의한 체포, 서대문 형무소 수감과 옥사 등의 사실을 여덟 줄 분량으로 다뤘다.

299쪽의 '3·1운동의 현장을 찾아서'라는 보충설명란은 충남 천안의 '아우내 만세운동 발생지 기념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면서 "4월 1일 병천(아우내) 장터에서 유관순 등의 주도로 만세운동이 전개되었다"고 썼다.

교학사·리베르·비상교육 출판사에서 나온 교과서는 본문에서 유관순을 수록하지 않았다. 도움글과 사진으로만 유 열사를 소개했다.

교학사는 253쪽에서 유관순의 사진을 싣고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민중들에게 태극기를 나누어주는 등 만세 시위를 주도하다가 체포되어 옥사하였다"고 기술했다.

같은 쪽에 3·1운동 당시의 봉기지역을 소개한 지도를 싣고 천안 지역을 '유관순의 독립만세 운동'이 일어난 곳으로 설명했다.

리베르는 283쪽에서 '독립 혐의로 수감된 유관순'의 사진을 수록했다. 다음 쪽 지도에는 유 열사가 독립운동한 곳을 표시했다. 역사 지식이 부족한 고교생이 이 지도와 사진만으로는 유관순의 공적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 보인다.

비상교육은 287쪽의 한반도 지도에 '유관순의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곳'을 표시했다.

아래쪽에 별도로 유관순 소개글을 열 두 줄 분량으로 서술했다.

이 글은 서대문형무소에 갇힌 유관순의 수형기록 사진과, 유관순열사 기념관 홈페이지도 보여줬다.

금성출판사와 미래엔 교과서는 도움글에서만 간략히 언급했다.

금성은 362쪽 '역사현장을 찾아서'라는 도움글에서 서대문형무소를 소개하면서 "김구, 안창호, 유관순, 한용운 등도 이곳에서 옥고를 치렀다"라고 썼다. 유관순이 독립운동을 어떻게 하다가 투옥됐는지는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미래엔은 270쪽 6·10 만세 운동과 광주 학생 항일 운동을 소개한 만화에서 유관순도 3·1운동 당시 18살로 지금 고교생 또래였다는 내용과 함께 태극기를 든 모습의 삽화를 넣었다. 유관순이 여러 독립운동가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정도의 서술이다.

교육부는 미래엔과 금성출판사 교과서에 대해 "사진 없이 이름 등만 언급됐다"고 지적했다.

2014년 보급본에서 유관순이 전혀 기술되지 않은 2종은 두산동아와 천재교육 교과서다.

당시 집필진은 초·중학교 교과서에 충분히 수록돼 있어 교과서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2015년 보급본은 8종 모두 언급…일부는 내용 빈약

작년 고교 검정 한국사 교과서 일부의 '유관순 열사 누락' 논란을 거치면서 올해 보급된 판본에서는 모든 교과서가 유관순의 사진을 게재했다. 열사의 항일운동에 대한 서술도 일부 보강했다.

유관순 기술이 전혀 없었던 두산동아 교과서는 '생각 넓히기' 꼭지에서 서대문 형무소에 갇힌 유관순의 사진과 생몰연대를 새로 실었다.

2014년까지 유관순을 언급하지 않았던 천재교육도 3·1운동을 설명했다. "만세 시위가 도시와 농촌으로 급속히 퍼져 나가는 과정에서 유관순 등과 같은 학생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내용을 실었다.

이 문장으로는 유관순이 3·1운동의 상징이라는 사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당시 판결문 등을 보면 유관순은 일제가 지목한 '가장 위험한 인물'로 추정되고, 부모가 시위 현장에서 살해되는 등 일가족이 희생을 당했다.

천재교육은 2015년 보급된 교과서에서도 유관순 사진을 수록하지 않았다. 검정 8종 한국사 교과서 중 유일하다.

유관순 누락을 비난하는 여론 등을 의식해서 대다수 교과서가 유관순을 서술했음에도 공적을 평가절하하거나 형식적으로 서술했다는 지적이 보수진영 등에서 나온다. 교과서만으로는 열사의 시위 준비, 옥고, 저항, 사망 등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014년 보급본에서 유 열사의 사진을 수록하지 않았던 미래엔은 2015년 보급본에선 '일제강점기 연표로 미리보기' 코너에 유 열사의 사진과 더불어 '아우내 장터 만세 시위를 주도한 유관순'이라는 설명을 추가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는 유관순 기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지학사의 중학교 역사 2 교과서가 유관순의 사진과 함께 독립운동가로 3.1운동 당시 만세 시위에 참여했다가 일제 경찰에게 고문을 받고 순국했다고 서술했다. 다른 중학교 국사 교과서 8종도 비슷한 수준으로 다뤘다.

국정인 초등학교 5학년 사회 탐구 교과서에도 유관순은 사진과 함께 설명이 기술됐다.

'재판정에서 유관순의 외침'이라는 설명에는 "나는 당당한 대한의 국민이다. 대한 사람인 내가 너희들의 재판을 받을 필요도 없고 너희가 나를 처벌할 권리도 없다"는 어록도 소개했다.

초·중·고교 교과서가 모두 유관순 열사를 수록했음에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기술 분량과 공적 수위를 놓고 보수와 진보 진영의 시각 차이가 워낙 뚜렷하기 때문이다.

초·중학교에 비해 기술이 간략한 고교 교과서는 보완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교육부는 "2015 역사과 교육과정에서 실제 교과서를 개발할 때에는 시대상을 이해하기 위한 소재로 다양한 인물들이 소개될 것"이라며 "유관순을 비롯한 대표적인 항일독립투사와 독립운동의 역사가 자세히 서술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