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과 5번 만나 공식일정만 소화…소극적 행보 위안부 구체적 해법 제시 않고…"협의 가속화 합의"

▲ 지난 1일 방한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오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
9년 만의 방한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으로 집중 조명을 받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일 오후 3시35분 1박2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출국했다.

전날 오전 11시43분께 전용기편으로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던 아베 총리가 한국에 머문 시간은 만 하루가 조금 넘는 28시간 남짓이었다. '1차 아베 내각' 때인 2006년 9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이후 9년 만에 한국땅을 밟는 것치고는 짧은 체류였다.

한일중 정상회의와 한일 정상회담을 비롯해 공식 회담 외에는 다른 일정도 거의 잡지 않은 제한적이고 소극적인 행보였다.

아베 총리는 도착 첫날 오후 청와대에서의 제6차 한일중 정상회의와 공동 기자회견, 이어진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과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환영 만찬 등에 잇따라 참석했다. 만찬 직전에는 리커창 중국 총리와 중일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다.

이튿날인 이날에는 오전 10시께부터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약 100분에 걸쳐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했다.

전날부터 박 대통령과 총 5차례의 만남이었고, 박 대통령와 악수는 물론 미소도 교환했다.

그러나 한일 정상회담에서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의 언급은 없었고, 문제의 해법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은 채 '가능한 조기에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한다'고 합의하는 수준에 그쳤다.

박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이었지만 합의문이나 박 대통령과의 별도 오·만찬, 공동기자회견이 없는 이른바 '3무(無)' 회담이었다.

아베 총리의 방한은 '실무방문'(working visit)에 준하는 성격이었다. 양국간 특별한 합의보다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에 맞춰 방한하는 만큼 실무방문에 상응하는 의전을 제공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열혈 한류 팬으로 알려진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도 이번 방한에 동행하지 않았다.

9년 만의 방한에도 양국관계의 최대 걸림돌인 위안부 문제의 확실한 매듭을 짓지 못하는 양국관계의 현주소가 그대로 투영된 일정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정상외교시 상대방 국민을 직접 만나는 그 흔한 공공외교 일정 하나도 없었다. 애초 공공외교의 하나로 일본인이 운영하는 인사동의 막걸리 교실이나 일본인 학교 또는 요리교실 방문 등을 검토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아베 총리를 향해 '위안부 피해자' 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 직접 만날 것을 요구했지만 아베 총리는 이를 외면했다.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서울시내 호텔에서 수행기자들과의 기자회견, 서울 인사동 식당에서의 오찬, 주한 일본대사관 직원들과의 면담 등의 마지막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역시 공공외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2박3일 동안의 '공식 방문'(official visit)을 통해 박 대통령과의 만찬은 물론 비교적 활발한 공공외교를 펼친 것과 확연한 대비를 보였다. 리 총리도 이날 오후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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