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밤나무밑 풀숲에서 반들반들한 알밤을 줍는 재미는 잊을 수가 없다. 알밤을 한 줌 정도 주어 온 날은 신이 난다.

생밤을 겉껍질 속껍질을 과도로 깎아 뽀도독 뽀도독 씹어 먹는 맛이 정말 좋았다. 삶은 밤, 화로 불에 구어 먹는 군밤도 맛있다.

지금도 동대구 지하철역에서 경부선 동대구역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사시장철 군밤장수가 있다. 기술도 좋아 속껍질까지 모두 벗겨진 잘 구워진 군밤이 침을 흘리게 한다.

우리 집 텃밭에는 내가 직접 심은 밤나무가 몇 그루 있다. 그 중 한 나무가 해마다 남 먼저 익어 탐스러운 알밤이 떨어진다. 지난 9월18일에도 어김없이 누런 밤송이가 벌어지고 알밤이 떨어진다.

그 한 나무에서 약 10kg(6되 정도)를 수확했다.

이 밤나무는 봄에 새싹이 나오는 밤을 내가 정원에 심어 직접 가꾼 묘목을 이식한지 10여년이 된 밤나무다. 심은 어미와 똑 같은 크기의 밤이 열린다.

은행과 호두는 직접심어 몇 년을 가꾸어 보아도 제대로 된 열매가 달리지 않는다. 감나무도 씨를 바로 심어서는 고염나무나 돌감 등 보잘것 없는 열매가 된다.

옛날 내가 어릴 때의 밤은 지금의 밤 크기의 절반도 제대로 안 되는 작은 밤인데 요즈음 밤은 개량이 된 굵은 품종이다. 우리가 못살던 5·16군사혁명때 배곺음을 면하기 위해서 밤나무와 토끼 기르기를 장려하여 내가 재직하던 시골 중학교에서도 토끼장과 밤나무 모포장이 있었다.

그 시기부터 지금의 굵은 개량종 밤이 나온 것 같다.

등산길에도 이때쯤에는 잔잔한 재래종 알밤이 떨어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무도 줍지 않는다.

밤나무는 질기고 결이 좋아서 가구의 재료로 쓰였다. 절구통, 절구공이 철도 침목, 써래, 특히 신주(神主)를 밤나무로 만든다.

밤송이를 쳐다보다가 눈에 떨어지면 큰일이다. 밤을 딸 때는 꼭 안경을 쓰기를 권한다.

밤을 딸 때는 대나무 장대로 때리면 밤송이가 주르륵 잘 떨어진다. 떨어진 밤송이는 두꺼운 등산화 같은 신발로 밟고 대칼 같은 것으로 까면 된다. 덜 익은 푸른 송이는 며칠을 그냥 둔 뒤에 까면 잘 깔 수 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연평 바다에 어허얼싸 돈바람 분다. 얼싸좋네. 아좋네. 군밤이여

에헤라 생률 밤이로구나" 옛부터 밤이 인기가 있었나. 알밤의 계절에 건강에도 좋은 밤을 맛있게 많이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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