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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국(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유대인들의 지혜서인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왕이 광대 두 명을 불러서 한 사람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악한 것'을 찾아오라 하고 또 다른 한 사람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을 찾아오라고 명령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두 광대는 답을 찾아왔다. 왕에게 아뢰는데 둘의 대답이 똑같이 "혀"라고 했다.

인간의 혀가 사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리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좋은 말은 코끼리도 춤추게 하고 독한 말 한마디는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미국 문학계에서 빼놓을수 없는 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말'에 대해 "무심코 내뱉은 말은 살아서 움직인다.누군가의 가슴에 박혀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했다. 그녀는 또 "어떤 이들은 말한다/입 밖에 나오는 순간/말은 죽는다고/ 그러나 나는 말한다/입에서 나오는 바로 그 날/말은 살기 시작한다."

맞는 말이다.

조선조 5백년 동안 3백여년에 걸쳐 싸워온 당파 싸움으로 얼마나 많은 인재들이 죽어 나갔나?

상대방 정적들의 혀 놀림으로 사지가 찢겨 죽거나 능지처참으로 목숨을 잃고 사방 일백리 안에 인가가 없는 산속에 위리안치 되었다가 사약을 받고 무참하게 죽은 인재들이 천명은 훨씬 넘었으니 이 모든 것이 세치 혀의 놀림으로 희생된 것이다.

어느 식당의 벽에 박제된 입이 큰 농어 한 마리 아래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는 사진을 본 일이 있다.

"내가 입을 다물었다면 난 여기에 있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그 큰 입으로 얼른 낚시바늘을 물었으니까. 이 명언은 입 때문에 생겨나는 고통을 자처하지 말라는 교훈이다. 물고기나 사람이나 입을 잘못 열어서 낭패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성경의 마테복음에 이런 구절이 있다.

"어느 집이든 그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 그집이 평화를 누리기에 마땅하면 너희 평화가 그 집에 내리고, 마땅하지 않으면 그 평화가 너희에게 돌아 올 것이다."

이말은 불교의 수희공덕(隨喜功德)과 같은 뜻을 말한다. 우리가 축복의 말을 하면 최소한 자기 자신에게도 복이 된다는 것이며 상대방이 축복을 누릴 자격이 있으면 그에게도 돌아간다는 뜻이다.

자산가치가 120억달러였던 GE(General Electric)를 3,390억달러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미국의 잭 월치CEO가 지금은 전 세계를 돌며 세계경영의 비전을 제시하는 뛰어난 경영자요 명강연자로도 이름을 높이고 있다.

그의 강연은 듣는이로 하여금 신뢰를 가지게 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업경영이나 인생살이에 살이 되고 피가 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어릴 때 심한 말더듬이였다.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항상 따돌림을 받아 외출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이를 본 그의 어머니가 "엄마는 네가 왜 너의 장점을 부끄러워 하는 지 모르겠다" 어리둥절해 하는 소년을 바라보면서 엄마가 말을 이었다."네가 왜 말을 할 때 더듬는 줄 아는냐? 그건 너의 말보다 생각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야.그만큼 너는 남보다 앞선 생각을 하고 있는 증거란다. 그러니 앞으로는 절대로 말 더듬는 것 때문에 기죽지 말렴."

소년은 엄마의 칭찬을 곰곰이 생각하며 자신감을 키워 오늘날 세계 최고의 기업 경영가와 명 강연자의 영예를 동시에 안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사람들의 말하는 모양새를 '말씨'라고 한다. 이는 말이 씨가 된다는 뜻이 함포된 말이기도 하다. 말씨는 뜻 그대로 씨가 되어 그에 상응하는 열매를 맺는다. 그러기에 말씨를 보면 그 사람의 미래를 알 수가 있다는 말이 있다.

이해인 수녀의 시 '나를 키우는 말'을 보면 우리가 평소 어떤 말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내마음도 더욱 순해지고/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마음 한자락 환해지고/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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