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하늘에서 내려다 본 경북 동해안 지역의 대표적 단풍 명소인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어사 일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수백명이 찾아와 마지막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항공촬영= 최임수 객원기자
어느 날 마음 속에
가지와 잎이 돋고
또 어느 날은 꽃이 피어
오동꽃 동생 꽃 피어 못물에 비치고
동네 새들이 찾아와
내려앉으려 돌고 돌고 하더니

막 내린 서리 핥으며 낙엽이 굴러와
발 앞에 멈춘다
아 등걸 위에 다른 사람이 올라 서 있구나
아 이제 마음 벗어놓고…

(황동규 시 '늦가을 아침' 부분).

만산홍엽(滿山紅葉), 한판 화려한 가을 잔치가 열렸다. 온 산을 물들인 이 절정의 가을 빛도 곧 지쳐 땅으로 스밀 것이다.

오어사(吾魚寺). "내 고기, 내 고기" 도를 다투던 원효와 혜공의 계곡에도 온통 가을빛이다. 가을이 깊을대로 깊어서 낙엽이 발아래 구른다. 이제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 좋은 계절은 잠시잠깐이다.

절정은 그저 눈 한 번 깜짝하거나 숨 한 번 쉴 동안 황금빛을 보여준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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