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사가 꿈인 여덟살 아이 어쩌다 일류학교 '스펙'부터 달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까?

▲ 최병국(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2013년 전국의 인터넷을 달궜던 서울의 어느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지은 시 '여덟 살의 꿈'을 읽어 보면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녀 교육열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가 있다.

초등학생의 시를 보자.

"나는 영훈초등학교를 나와서/국제중학교를 나와서/민사고를 나와서/하버드대를 갈거다/그래, 그래서 나는/내가 하고 싶은/ 정말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어찌하다 미용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여덟살 아이가  일류학교의 '스펙'부터 달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을까?

집에서 엄마와 아버지로부터 일류학교의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지 않았다면 이런 시의 내용을 썻을까 생각이 든다. 일본이 2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탄생시킨 것에 비교해 노벨상 수상자가 거의 전무하다 싶이 한 우리의 사정을 비교해 보면 이 여자아이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나라 교육의 민낯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10대 자녀를 둔 가정의 병든 실태를 고발한 책 '대한민국 부모'를 보면 학교 성적 스트레스로 얼굴을 찡그리거나 입을 씰룩이는 장애, 환청과 환시, 책만보면 눈가가 쓰리고 아픈 '책 알레르기'를 호소하며 상담소를 찾는 아이들의 고백이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주변의 부러움을 사며 아이비리그에 간 우등생 가운데 상당수가 방학이면 한국에 들어와 정신과 치료를 받는 현실을 우리는 무엇이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하면 인생이 막장으로 간다고 자녀들을 겁주는 부모들, 댁의 자녀가 수업 태도가 불량해 벌점 1점을 받았으니 주의 시키라며 기계적으로 문자를 보내는 일부 교사들, 장관이나 교육감이 바뀌면 아이들의 불편을 생각지도 않고 한건 위주의 교육행정을 남발하는 정치성 교육자들, 과연 누구의 죄가 더 클까?

교육이 이런 상황이니 18세 미만 청소년들의 삶의 질이 OECD 국가들 중에 꼴찌였다고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했다.

따라서 청소년 사망 원인의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을 우리들은 주목해야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의 민족들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석학과 예술가, 부호들을 최다로 배출한 유대인들.

워싱턴포스트지가 지난해 발표한 20세기를 주도한 최고의 지성 21명 중 15명이 유대인이며 미국내 최고 부자 40명 중 22명이 유대인이 차지했으며 할리우드의 걸출한 영화감독과 스타들의 대부분도 유대인들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90년 동안 자연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사람 404명 가운데 유대인이 무려 88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유대인들의 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유대인들은 아이들에게 교육을 통하여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친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리포트를 과제로 내어 줄 때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수집하도록 하고 이 자료들을 종합 분석해 자신의 머리로 리포트를 작성하도록 교육을 시킨다.

일례로 한 유대 가정에서 아버지가 어린 자녀에게 수학을 가르친다.

"다섯 더하기 다섯은 얼마지?" "열둘이요"

이럴 때 우리네 아버지는 아마도 "바보야, 어떻게 열둘이야? 이렇게 쉬운것도 몰라서 어쩐다. 넌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 하지만 대부분의 유대인 아버지는 "그래? 그러면 다섯 더하기 일곱은 얼마지?" 이런 식으로 자꾸 질문을 던져서 아이 스스로 "다섯 더하기 다섯은 열이다"는  생각을 하게 유도한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웃으며 말한다. "그렇지, 우리 아들 똑똑하구나."

유대인 부모에게는 자녀의 실패를 배움의 출발로 삼는 지혜가 있음을 본다.

이스라엘에서의 영재란 우리가 생각하듯 IQ만 높은 아이를 의미하지 않는다. 특정한 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를 영재라 한다. 이런 영재들은 방과후에 영재 교육기관에서 특별한 수업을 받는다.

로보틱스, 저널리즘, 천문학, 컴퓨터, 기계수리, 유머, 지도자 정신, 이야기듣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도록 하고 어떤 한 분야에만 편중된 공부를 하지 않고 다방면에서 교육을 시켜 논리력과 창의력을 키우도록하고 있다. 이같은 교육 원칙은 예술분야의 영재들에게도 적용시키고 있다.

유대인들의 이런 교육의 산실은 바로 '탈무드'다.

1천년간에 걸쳐 내려오고 있는 탈무드 교육은 성경의 핵심 가르침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가르치는 일종의 '스토리텔링'의 지혜의 모음집인 것이다.

오늘도 유대인 가정에서는 아침 저녁 두 번씩 탈무드의 "셰마(들어라) 이스라엘"을 낭송한다. 이 낭송이 계속되는 한 이스라엘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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