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프리미어12' 도쿄돔 준결승서 한일전 성사 빠른 공 적응 대표팀 타선…'어게인 2009' 자신

▲ 지난 8일 오후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12 한국-일본 개막 경기 1회 초 일본 선발 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
모두가 기다리던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일본의 '괴물투수' 오타니 쇼헤이(21·닛폰햄 파이터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던 한국 타선이 그때의 수모를 갚아줄 기회를 잡았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9일 오후 7시 일본 야구의 심장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에서 일본과 재격돌한다.

한국은 지난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대회 공식 개막전에서 0-5로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오타니 쇼크'는 대단했다. 공격력만큼은 역대 어떤 대회에도 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 타선은 오타니의 최고 시속 161㎞의 강속구에 배트가 늦었고, 최고 147㎞를 찍는 포크볼에는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6이닝 동안 삼진도 10개나 빼앗겼다. 김현수와 박병호가 안타를 하나씩 때려내며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왜 우리는 오타니 같은 투수를 키우지 못했나'라는 자조 속에 한국 야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걱정하게 만들었던 오타니를 상대로 대표팀 타선은 복수를 노린다.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은 지난달 26일 대표팀 소집 후 공식 훈련을 진행했지만 한국시리즈에 뛰는 선수들이 많아 미니 청백전도 치르지 못했다. 쿠바와 평가전 두 차례만 치르고 곧장 일본으로 날아갔다. 140㎞ 초중반대의 직구와 130㎞대의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는 쿠바 투수들로부터 얻을 것은 거의 없었다.

실전 감각이 무뎌진 상태에서 낯선 삿포로돔 환경에 다소 주눅이 한국 타자들은 연신 헛방망이만 휘둘렀다. 이에 반해 오타니는 삿포로돔을 홈으로 쓰는 닛폼햄의 에이스다. 홈구장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업고 등판한 오타니는 거칠 것이 없었다.

대표팀은 이제 '복수혈전'을 꿈꾸고 있다. 일본은 준결승 선발로 일찌감치 오타니를 예고했다.

대표팀 타선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타격감이 올라왔다.

정근우-이용규로 이어지는 테이블 세터진은 맛있는 밥상을 차릴 채비를 갖췄고, 오타니를 상대로 첫 안타를 때려낸 김현수는 예선 5경기 내내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타격감이 최고조다.

'예비 빅리거' 박병호와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이대호는 나란히 짜릿한 손맛을 봤다. 민병헌은 한국시리즈의 상승세를 이번 대회에서 그대로 이어가고 있고, 황재균은 당시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터라 더욱 이를 악물고 있다.

강민호와 양의지는 하위 타선에서 한방을 준비하고 있고, 김재호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12개국 중에서 가장 무서운 9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더군다나 일본이 전승 우승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준결승 일정까지 하루 앞당기는 '꼼수'를 쓴 터라 대표팀 타선은 독기가 잔뜩 올랐다.

이대호는 "한 번 당할 수는 있지만, 두 번 당하는 건 용납이 안 된다"며 일본전 설욕을 다짐했다. 김현수는 "오타니의 구위는 정말 좋았지만, 아예 못 칠 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일본과 개막전에서 9회 대타로 한 타석을 소화하며 오타니와 대결할 기회를 놓친 황재균은 "오타니 공을 정말 치고 싶다"고 거듭 외치며 의욕을 불태웠다.

한국은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멕시코, 미국전을 거치면서 150㎞ 이상의 강속구 투수를 연이어 상대했다. 이제 타자들의 눈은 빠른 공에 많이 익숙해졌다.

일본 도쿄돔에서 한일전이 열리는 건 지난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처음이다. 당시처럼 대표팀은 일본이 준비한 잔칫상을 뒤엎을 채비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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