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국민을 먹여 살리는 행위 능력 있어야 하고 책임의식 필수 공인 꿈꾸는 이들 자문해 볼 가치

▲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가을걷이 철인데도 농부들은 우울하다. 시중 쌀값이 너무 싸서다. 늘 성장하기만 하던 제조업도 내리막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14년 기업 경영 분석'을 보면, 지난해 국내 제조업 매출이 1.6% 감소했다. 1961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 뒷걸음질이다. 농공상(農工商)의 경제 지표들이 위기적이다.

이 나라의 영토주권까지 위협받고 있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얼마 전 "상황에 따라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고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도 북한 급변사태 시 군대 투입을 준비해놓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한민국의 지배 영역은 휴전선 이남이라는 것이다.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것은 종이 위에 한번 써본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밖으로는 국력을 기르고, 안으로는 경제를 살려 가치를 적절히 배분해야 할 정치가 오작동을 하고 있다. 밥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항간의 목소리가 높다. 민주 헌법인 '1987년 체제' 이후, 입법부(국회)는 정당간의 이권쟁탈장이 됐다. 정당이 부실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관료이기적인 행정, 세상 물정에 불합치한 판결이 적지 않은 사법부(헌법재판소)는 국회와 함께 3두 마차를 이루며 선진국 행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19대 국회의원 가운데 자신 명의로 만들어진 법안이 한 건도 없어 '가결률 0'인 의원이 99명이고, 발의한 법안이 부실해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한 '처리율 0'인 의원도 14명이다. 19대 국회 전체의 가결률도 제헌 국회 이후 가장 낮은 12.5%를 기록했다. 이쯤 되면 국회에 조종(弔鐘)을 울린 것이다. 의정활동을 제대로 한 이는 가물에 콩 나듯이 있다. 이한구 의원(대구·새누리당)은 60건의 법안을 발의, 이 중 36건이 가결돼 19대 의원 중 가장 높은 60%의 가결률을 보였고, 법안 처리율에서도 70%로 1위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의 '19대 국회의원 입법 현황(2015년 9월 30일 기준)'분석 결과다.

정치 실패는 정치 구성원의 실패로 보면 된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정치의 본질에 대한 근본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 국회의원, 시·도지사, 장차관을 꿈꾸는 것이 권력의 자리를 누리기 위함인가. 아니면 어떤 정치를 펴기 위해 권력을 도구(수단)로 활용하려는 것인가. 전자라면 정치가 아니라 '정치비즈니스'다. 한 마디로 국회의원이란 괜찮은 취직자리 하나 구해서 돈벌이 하는 것이다. 사회과학의 창시자 중의 하나로 평가 받는 막스 베버(Max Weber)는 이를 '정치에 (경제적으로)의존해서' 사는 정치가라고 했다. '정치를 위해 사는' 정치가, 즉 소명의식을 가진 정치가와 구분하고 있다.

정치경제를 한 글자로 말하면 경제는 '이(利)'고 정치는 '전(全)'일 것이다. 정치는 공동체를 온전하게 조화롭게 하고 국민을 먹여 살리는 행위다. 능력이 있어야 하고, 공복으로서 책임의식이 필수다. 의병장 김도현은 망국의 책임을 느껴 1914년 영양에서 영해 대진 앞바다를 걸어 들어가 순국했다. 918번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가면 나오는 '김도현 도해로(道海路)'가 그 길이다. 그는 책임이 없는 사인(私人)이지만 책임의식을 느낀 진실한 공인(公人)이다. 소명의식과 책임의식은 공인을 꿈꾸는 사람들이 자문해봐야 할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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