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새마을부녀회 등 '사랑의 김장 담가주기' 행사 해병대원 등 2천여명 도와 어려운 이웃 3천가구에 전달

▲ 19일 새마을부녀회 회원 등이 종합운동장에서 '사랑의 김장 담가주기' 행사를 열었다.
적색과 녹색의 대비가 뚜렷했다.

갖은 재료가 들어간 양념과 고무장갑의 빨강, 새마을을 상징하는 녹색 조끼가 행사장을 가득 누비고 다녔다.

19일 오전 10시께 포항시새마을부녀회와 새마을회·지도자협의회 주관으로 '사랑의 김장 담가주기 행사'가 열린 종합운동장은 며칠 째 이어진 비로 쌀쌀했지만 이들 빨강과 녹색의 분주함으로 금세 훈훈해졌다.

이날은 지난 15일부터 이어진 김장 행사의 백미였다.

15일과 16일 양일간에 걸쳐 죽장면에서 배추를 뽑아와 이틀전 소금에 절이고 하루전 건져서 씻어둔 터였다.

행사 당일 할 일은 가르고 버무리고 23개 읍·면·동별로 나눠 상자에 담는 일이었다.

김장은 철저한 분업으로 이뤄졌다.

한 쪽에선 40명 가량의 회원들이 앉아 멀건 배추를 다듬었고 다른 쪽에선 고무대야에 담긴 양념을 삽으로 휘저었다.

상자를 조립하고 그 안에 비닐을 까는 일에도 많은 이들이 필요했다.

어른 열댓명이 둘러 설 수 있는 테이블이 18개였는데,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는 작업이 여기서 진행됐다.

30여명의 해병대 대원들은 테이블로 배추와 무, 양념을 날라주며 바삐 움직였다.

스피커에선 트로트곡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 노래에 맞춰 흥얼거리기도 했다.

간간이 서로 입에 김치를 넣어줬고 참으로 나눠 마신 막걸리 기운에 '막춤'도 곁들여졌다.

다문화가정 회원들도 능숙하게 김치를 담궜다.

한국에 온지 13년째라는 배춘화(39·중국)씨는 "시댁에서 김장할 때 돕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해보는 건 처음인데 재밌다"고 했다.

부녀회의 전직 간부들도 힘을 보탰다. 김광숙(59)씨는 "식당에 줄을 섰던 작년의 불편함이 생각 나 올해는 한 끼 대접하려고 나왔다"며 대략 700인분 가량의 식사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긴 원통형 냄비 안에서 시래기국이 데워지고 있었다.

포항시새마을회 최현욱 회장은 "직접 심고 키운 배추를 잘 버무린 김치로 만들어 나누기까지 십시일반으로 나선 회원들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포항시새마을부녀회 권이자 회장은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시길 비는 마음으로 힘을 냈다"고 최 회장의 말을 거들었다.

오후 2시가 지나자 탁자 언저리의 배추와 양념이 점점 줄어든 대신 김치를 담은 상자가 한 켠에 그득 쌓였다.

배추 1만8천 포기를 비롯 고춧가루 1천380㎏, 생강 150㎏, 마늘 500㎏ 등으로 만든 김치 2천763상자가 보내질 곳에 따라 정리됐다.

주최측은 이 날 행사에만 700여명이 참가했고 지난 15일부터 일손을 보탠 이들까지 셈하면 모두 2천여명이라고 말했다.

이 날 담근 김치는 20일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 3천여 가구에 전달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