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세명고등학교 개교 30주년…1985년 고 영암 황대봉 선생 세워

'지역의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사회에 헌신과 봉사한다'는 영암 황대봉 선생의 신념에 따라 설립된 세명고등학교(교장 황현교)는 설립자의 뜻을 이어받아 30여년 동안 인재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성실·창의·협동'의 교훈에 따라 학생의 학력 신장뿐 아니라 올바른 인성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둬 지도하며 꿈과 끼를 찾아주기 위해 끊임없이 힘을 쏟고 있다.
▲ 올해로 개교 30년을 맞은 세명고는 그간의 발자취를 기록한 '세명30년사'를 제작했다.

△ 세명고등학교, 영암 황대봉 선생의 손끝에서 탄생하다.

지난 1983년 학교법인 영암학원의 설립 인가를 받은 영암 황대봉 선생은 중학교 여학생의 졸업자 수가 고등학교 입학 정원보다 매우 적은 지역사회의 교육 문제 해소를 위해 여자고등학교 설립에 뜻을 품었다.

2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1985년 '지역사회의 중심에서 인재를 길러 세상을 환하게 밝힌다'라는 의미의 세명여자고등학교로 첫 신입생이 입학했다.

이듬해 우수한 인재 육성이라는 큰 틀에서 남녀 공학으로 문호를 개방, 세명고등학교로 교명을 바꿔 기존 30학급에서 36학급으로 증설 인가를 받았다.

▲ 1984년 당시 세명고 신축된 본관 건물


세명고는 설립 당시 전국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최첨단 시설을 갖춘 데다 학교 정원을 비롯한 교육 환경은 공원과도 같았다.

황대봉 선생은 학교 부지가 외지에서 포항시로 들어오는 관문에 있는 만큼 지역 이미지를 높이고 외형과 내실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서울의 유명한 학교를 직접 방문해 학교 형태와 규모를 살피는 등 건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1983년 학교 건물을 짓던 중 본관 1층 건물이 완성된 후 건물 형태가 지역사회 인재 육성이라는 위상에 어울리지 않아 허물고 다시 설계한 일은 유명하다.

또한 학생 정서를 높이고 쾌적한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지역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조경을 갖춘 정원을 만들었다.

체육관은 건축된 지 3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아름다운 체육관으로 알려지는 등 황대봉 선생의 정성과 땀이 고스란히 교정 곳곳에 묻어 있는 이곳에서 올 2월에 열린 28회 졸업식까지 1만4천45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 일본 이즈모니시(出雲西) 고교 수학여행단이 2010년 본교를 방문했다.


△ 세명고등학교, 인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교육 성과를 극대화하다.

평준화 이후 세명고는 학생의 학력 실태와 진학 상황을 자세히 분석하고 발전 방향을 여러모로 모색했다.

이에 따라 상위권 성적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우수학생 특별지도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육하고 있다.

특히 과거에도 학교 본관 교실에서 우수 학생을 위한 특별지도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기숙사인 영암학사에서 원스톱 체제로 '명품교육 프로그램(하이업 클래스)'을 진행하고 있다.

영암학사는 기존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기숙사 개념이 강했지만, 2013년 리모델링을 완료한 뒤 명품수업과 자율학습, 인터넷 강의 등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소수 정예의 우수 학생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인원도 과거에는 1·2·3학년 학생이 380명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64명으로 대폭 줄여 우수한 학생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탈바꿈시켰다.

명품교육 프로그램은 교사의 강의가 오후 6시 40분부터 8시 20분까지 진행되며, 이후 밤 11시까지 감독 교사의 지도로 자율학습을 하거나 학생의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감독 교사는 밤 11시까지 학생 안전 관리뿐만 아니라 질의·응답을 통해 학습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 확립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교육비 절감 효과로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학생·학부모의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 주며 우수한 학생의 성적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이처럼 학교의 노력은 상위권 대학에 많은 학생이 진학하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학생이 먼저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했던 세명고는 지난해부터 우수 신입생 40여명에게 전문 진로지도 컨설팅 기관의 도움을 받아 '자기 주도적 학습 캠프'를 열고 있다.

신입생은 캠프를 통해 입학 전에 미리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몸에 익히게 되며 자신의 진로를 명확하게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입학 장학생은 '세명 특급'과 '세명 A급'으로 나눠 선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명 특급 장학생의 경우 수업료와 학교운영비 전액 지원은 물론 중식·석식비를 면제해 주며 기숙사 우선 입소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황현교 교장은 "명품교육 프로그램은 선의의 경쟁을 통한 교내 면학 분위기를 확산시켜 상위권 학생뿐 아니라 전체 학생도 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로 작용할 것"이라며 "학교 전체의 활력과 면학 분위기 쇄신에도 크게 이바지하며 교사 역시 학생 지도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어 서로 이익을 얻는 핵심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 세명고는 2002년 KBS 도전골든벨에 참가했다.


△ 세명고등학교, 학생의 꿈과 끼 향상은 물론 창의 인성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다.

세명고는 학생의 꿈과 끼를 향상할 수 있는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학생이 현재 스스로 조직한 다양한 자율동아리를 포함해 활동 중인 동아리만 60여개에 달하고 있다.

특히 동아리 활동이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동아리 경연대회'를 열어 1년 동안 활동한 성과를 연말에 발표할 기회를 주고 있다.

올해 제2회 동아리 경연대회는 모든 동아리가 참가 신청을 했으며 예선을 거쳐 본선에 18개 팀이 기량을 겨룬다.

또한 '영수 경시대회', '진로 탐색 경진대회', '댄스 경연대회' 등 30여개의 각종 경시대회를 열어 자신의 재능을 재발견하고 성취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기존의 수학·영어·과학 중심의 대회와 달리 모든 교과 활동으로 범위를 넓혀 예·체능, 생활 교양 교과도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성적만큼 인성 역시 중요하다고 보는 세명고는 학교 폭력 예방 프로그램인 '손에 손잡고'를 비롯해 '독도 플래시몹 행사', '감사와 봉사 나눔' 등을 펼쳐 인성과 학력의 조화에도 신경 쓰고 있다.

황현교 교장은 "학생이 공부에만 전념하기보다 여러 가지 동아리 활동으로 자신의 숨겨진 끼와 꿈을 발견할 필요가 있다"면서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했던 동아리 경연대회는 자연스럽게 대학 입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성과 학습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숙사인 영암학사에서 학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 '개교 30년·희망 30년·인재 100년' 세명의 명예와 자존을 높인다.

올해로 개교 30년을 맞은 세명고는 그간의 발자취를 '세명30년사'로 회고하면서 '개교 30년· 희망 30년·인재 100년'이라는 주제로 제2의 도약을 디자인하고 있다.

특히 평준화라는 입시 환경 변화로 지역 내 학교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아 재도약을 위해 끊임없이 갈고 닦고 있다.

황현교 교장은 "지역 인재 육성이라는 건학 이념을 굳건히 다져 지역에 신뢰받는 학교가 되도록 모두 마음을 모을 것"이라며 "'세명'이라는 이름이 세명고의 구성원 모두에게 명예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시키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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