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미 대구 남구 현충로 8길
때마침 바람이 불어 다행이었습니다.

수상소식을 접하고 순간 울컥거려 눈가에 이슬이 맺혔습니다. 일터였기에 눈물을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는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매만지며 고개를 돌릴 수 있었습니다.

수필을 배우고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수필은 내 마음의 앙금을 풀어내는 과정"이라는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 귓전에 생생합니다.

앙금을 풀어내는 건 전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둘 풀어내면서 조금씩 나를 제대로 보게 되었고, 애써 모른 척 덮어두었던 상처들과 마주하며 아물어 가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전 지천명을 맞아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돌부리에 넘어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웅덩이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혼자가 아니었기에 다시 툭툭 털며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어느 유명한 시인은 이 세상을 잠시 소풍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가벼운 걸음으로 소풍 갈 준비를 했으니, 이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소풍갈까 했는데 경북일보에서 그 걸음에 힘을 실어주어 고맙습니다. 일하며 글공부하느라 가정에는 소홀한 면이 있었습니다. 묵묵히 지켜봐주며 응원해준 제 가족과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저희 하나하나를 아껴주시는 두 분 선생님, 수필이라는 한배를 탄 동기, 선후배 문우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저희 엄마가 가장 기뻐하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심사위원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며 글을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