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움'이라는 말이 있다. 뜻이 만나 타고난 제 안의 씨가 싹트는 것을 말한다. 저마다 타고난 것을 잘살려 빛을 발하면 그것이 곧 아름다움이다. 글을 쓰는 일이 바로 그렇다. 움 트는 싹에 햇볕과 바람을 들이고 부지런히 물주고 사랑의 손길로 보듬어 주면 예쁜 꽃은 피게 마련이다.

올해도 사철 마음 밭에 씨 뿌리고 가꾼 분들이 전국에서 1천256편이나 되는 수필을 보내왔고 그중 40편이 예심을 통과해 본심에 올랐다.

수필이란 장르가 나로 비롯된 문학이다 보니 가족사나 소소한 일상이 주류를 이루지만 올해는 사물에 대한 천착이 깊어지고 곡진한 눈길이 보태져 글밭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본심에 오른 원고를 두고 고심 끝에 어렵게 결론을 내렸다. 대상 한정미의 '소풍' 금상 송종숙의 '누름돌' 은상 조미정의 '당목' 김제숙의 '그랭이질' 동상 윤상희의 '종지' 정성희 '이끼' 김옥순 '고사목'등이다. 수상작품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사물 수필이 주를 이뤘다.

수필의 소재 선택이 좁은 곳에서 넓은 곳으로 확장됐음을 느낄 수 있다. 대상작인 한정미의 소풍은 구성이나 글의 흐름에도 막힘이 없었다. 부담 없는 문체로 화자의 유년시절 소풍의 풍경과 현재 자아와의 대화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진술한 내용이다. 유년시절 누구나 겪음 직한 엄마와의 이야기 속에 코끝 찡한 감동이 숨어있다. 무릇 글은 재미가 있어야 읽게 되고 읽은 후 감동이나 의미가 곁들여져야 완성도가 높다.

누름돌은 장아찌 담을 때나 생각나는 소소한 일상의 기물이지만 누름돌 하나로 전쟁의 참혹한 상처를 기억해내고 소중한 어머니의 목숨을 지켜준 아버지를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현재의 누름돌은 남편이라 일컫고 자신도 주부로서의 덕목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당목'이나 '종지'는 한 사물을 오래 들여다본 다음 풀어낸 이야기라 구성이 탄탄한 것이 장점이다.

쓰는 일은 밖의 일이 아니라 내 안의 일이다. 우선 쓰는 사람이 먼저 가슴 설레고 감동해야 읽는 사람도 함께 공감한다. 이 자연스러운 이치를 알고 나면 글쓰기의 해법 하나가 풀리지 않을까? 새로운 글밭에 진입한 문우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내년을 기약하는 분들에게는 위로의 마음도 함께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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