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 1천634편 중에서 '날개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어화', '천국 가는 버스', '물의 혀', '버티기', '모래의 달' 등 6편이 최종심에 올랐다. 숙고한 끝에 간추린 시편은 윤옥란의 '날개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이항로의 '어화', 고정옥의 '천국 가는 버스', 이희섭의 '물의 혀' 제씨의 작품을 두고 고심을 했다.

심사를 맡아보고 있는 선자들이 기대하는 시각은 언제나 똑같다. 그것은 언어를 다루는 노련함과 완숙미에 거는 기대로 모아진다. 세련되고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시풍보다 자기 목소리가 담긴 작품을 원한다. '날개는 뒤돌아보지 않는다'와 '어화' 두 편을 놓고 선자들은 오랫동안 숙의했다.

'날개는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진지한 데가 있었다. 시를 끌고 가는 힘도 있고, 리듬감이 있고, 잘 다듬어진 잘 빠진 시로 볼 수 있다. 3연의 "말랑거리던 몸이 햇빛에 닿을 때 얼마나 따가웠을까/ 적들의 신호를 알려주는 은빛 날개의 보호막은 점점 두꺼워진다"같은 표현은 환상적이다. 시 읽기의 즐거움과 경쾌함을 주는 시다.

'어화'는 자기 목소리를 갖춘 신선감이 돋보였다. 체험에서 나온 시다. 2연에 "집어등 제 몸 밝히는 순간 피어나는 어화 한 송이/ 어두운 바다 위 배 한 척 꽃이 피는 순간이다/ 실타래 풀어내듯 낚싯줄 내리는 사내들의 팔뚝 위로/ 지나온 시간들 불거진 심줄로 솟아나다"같은 표현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연 "만선이라는 이름의 미래호/ 해안선 저 끝에서 어화둥둥 다가온다"는 표현은 고된 바다 생활 속에서도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이 시에는 환상이 있고 깨달음이 있고, 그 깨달음의 끝에 삶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 준다.

고정옥의 '천국 가는 버스'는 발상에 선자들을 사로잡았으나 소박함 때문에 신뢰감을 끌어내지 못해 아쉬웠다. '물의 혀'는 시어를 다루는 솜씨와 서술력이 돋보였지만, 시는 없고 언어의 옷차림만 현란하게 펄럭이고 있고, 순진한 아포리즘(aphorism)이 화장을 하고 그럴듯한 시로 변모하고 있다. 아직은 글쓴이 자신의 입안에 든 소리로서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감을 준다.

결국 '어화'보다 '날개는 뒤돌아보지 않는다'가 보수주의 시풍의 기교와 기법을 흡수하고 그 위에 새로운 자기 목소리와 개성을 얹었다는 점에서 대상작의 영예를 획득한 것이다.

◇도광의 시인= 한국문협 이사, 대구문인협회 회장 역임·제10회 한국펜문학상, 제12회 소월문학상 등 수상·시집 '갑골(甲骨)길', '하양의 강물' 등·현 이상화기념사업회 이사. 국제PEN 한국본부 고문.

◇조영일 시인= 한국문협 이사,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역임·이호우시조문학상, 경북예술대상, 한국문학작가상 등 수상·시집 '바람 길', '솔뫼리 사람들', '시간의 무늬' 등·현 이육사 문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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