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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충분한 너름새, 부족한 추임새 '도리화가'

연합 kb@kyongbuk.co.kr 등록일 2015년11월23일 17시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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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를 깨는 자는 목숨이 위태로운 혼돈의 조선 말기.

조선 최초의 판소리학당 동리정사의 수장 신재효(류승룡) 앞에 소리가 하고 싶다는 소녀 진채선(배수지)이 나타난다.

채선은 어릴 적 부모를 잃고 기생집에서 자라면서 우연히 듣게 된 신재효의 소리를 잊지 못한 채 소리꾼의 꿈을 품었다.

그러나 신재효는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채선의 청을 단호히 거절한다.

채선은 남장까지 불사하며 동리정사에 들어가지만, 신재효는 그를 제자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당대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른 흥선대원군(김남길)이 경복궁 중건을 기념하기 위해 전국의 소리꾼을 모아 낙성연을 연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신재효는 대원군이 좋아하는 노래인 춘향가의 진정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채선 뿐이라고 확신하고, 남자는 결코 흉내를 낼 수 없는 소리를 지닌 채선을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도리화가'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에 운명을 거슬러 소리꾼의 꿈을 실현한 조선 최초의 여류명창 진채선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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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도리화가(桃李花歌)는 신재효가 제자 진채선의 아름다움을 복숭아꽃과 자두꽃이 핀 봄 경치에 빗대 지은 것으로 알려진 단가(짧은 판소리)다.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 류승룡과 전작에서 '국민 첫사랑'이라는 별명을 얻은 배수지, 실력파 배우 송새벽·이동휘·안재홍·김남길이 출연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극의 소재이기도 한 판소리에 이 영화를 비유하자면 소리꾼이 갖춰야 할 중요한 요건 가운데 하나인 '너름새'가 좋은 작품이다. 너름새는 판소리 공연에서 예술적 표현을 목적으로 하는 몸짓이나 연극적 동작을 뜻한다.

류승룡은 지금껏 출연한 사극영화에서처럼 변함없이 묵직한 연기를 보여줬고, 배수지는 1년 동안 판소리를 연습하며 조선 최초의 여류 명창이라는 쉽지 않은 역할에 도전해 진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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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극에 웃음과 활력을 주는 김세종 역의 송새벽 연기와 서늘하고 날 선 카리스마를 내뿜은 대원군 역의 김남길의 연기가 묘한 균형을 잡아준다.

그러나 이 영화는 판소리로 치면 중간마다 곁들여야 하는 '추임새'가 약하다. 흥과 감동을 돋우는 연결고리가 약해 영화를 본 관객들의 탄성도 터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야기 전개의 중심에 있어야 할 소리의 경지가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리 훈련, 낙성연 경연 장면 등 진한 감동이 전해지며 클라이맥스로 치달아야 할 결정적인 순간에 이 영화는 맥이 빠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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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를 통해 응어리진 한의 미학과 한국인의 삶을 표현하며 한국영화의 지평을 넓힌 '서편제'(1993)와는 분명히 다른 성격의 상업영화다.

하지만, 판소리 영화라면 으레 기대하게 되는 판소리에 대한 예술적인 고찰과 긴밀하고 촘촘한 연출력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예술로 풀지 못한 지점을 멜로와 비극적 시대상으로 대신 풀려고 하다 보니 이음매와 만듦새가 매끄러울 수 없다.

다만, 감독의 연출 의도, 이 영화의 제목, 전국을 누비며 찾아낸 대한민국의 절경, 배수지라는 배우에서 연상되는 '수묵화처럼 맑은 영화'를 기대한다면 추천할 만한 영화다.

11월 2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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