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성민作
나의 혀는 길다

긴 혀가 강바닥에 가라앉아 자갈을 핥는다

▲ 김재근(경남 김해시)
밤이 스스로 어두워지듯
물이 물에 젖어 물집이 생기듯
물은 자갈을 안고 가만히 흔들리고 있다

나는 강가로 간다
물결이 어두워지는 소리 들으려
물가에 핀 꽃들이 어두워지는 소리 들으려

물이 혀를 깨물자 물결이 인다

꽃의 색을 이해하기 위해 물의 음악을 들어야 할 시간

허공에 누운 별이 바람에 몸을 씻고
물속을 비출 때
꽃의 그림자는 찰랑찰랑 물장구치며 나를 바라본다

꽃의 나신을 본 건 처음이었으나
나는 물방울이 꽃을 야금야금 가려주길 기다린다

별빛이 이울어
이제 물의 사랑도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나는 꽃에게 묻는다, 우리에게 아직 향기가 남아 있냐고

그때 꽃은 젖은 그림자를 물가에 두고 두 눈을 씻으며 걸어 나온다

뽀얀 안개가 젖처럼 물 위에 흐를 때 꽃의 입술은 붉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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