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가 있는 사람은 어떤 역경에서도 절망하지 않지만 지식만 있는 사람은 쉽게 좌절해 버린다.

▲ 최병국(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유럽이나 미국쪽으로 여행을 하다 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공항의 대합실에서나 비행기 안에서나 열차나, 전철안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읽는 다는 사실이다.

일본에서도 같은 현상을 볼 수가 있다. 일본인들의 독서열은 세계에서도 몇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집과 공공장소에서 책을 많이 읽는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지하철이나 고속버스 안이나 열차안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은 아이들에서부터 노인네들까지 핸드폰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게임이나 문자 보내기에 여념이 없다. 이것을 우리네의 현실이라고 굳이 말하고 싶지가 않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냐?

한마디로 남으로 부터 지식과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생각과 내가 가보지도 못한 곳의 환경과 문화와 생활상을 알 수 있고 남이 피가 터지게 생각하여 이루어낸 철학과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물에 대한 영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에는 장르가 없어야 한다.

무조건 읽고 싶은 책부터 읽어야 한다. 많은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고 그 지식이 담긴 마음의 항아리에서 곰삭으면 지식의 엑기스인 지혜가 나오는 것이다.

조선시대 대부분의 왕들이 벼슬을 하고 있는 선비들 가운데 국가의 동량이 될만한 선비를 골라 독서휴가인 소위 사가독서(賜暇讀書)의 휴가를 주었다.

세종때는 성삼문, 신숙주 등이 사가독서의 휴가를 받아 절에 들어가 책을 읽었다는 기록이 있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도 고위 신하들에게 3년에 한번꼴로 한달 가량씩의 유급 휴가를 주었고 이때 세익스피어 작품 중 5편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토록 했다.

그래서 '세익스피어 휴가'라는 말이 비롯됐다.

이들 통치자들은 신하들이 많은 책을 읽고 충분히 사유를 하여 좋은 지혜를 얻어 국가를 위해 그 지혜를 사용토록 하기 위해 이런 제도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겠다.

호메로스와 함께 그리스의 대표적인 서사시인인 헤시디오스는 "모든 것을 스스로 깨닫는 사람은 현자요, 좋은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고귀한 사람이며 스스로 깨닫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가슴속에 받아 들이지 않는 사람은 아무 쓸모가 없는 인간 쓰레기"라고 정의했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는 무엇일까?

중국 노나라때 한 선비가 강을 건너게 해 주고 있는 뱃사공에게 뒷짐을 지고 큰소리로 물었다.

"자네 글을 지을 줄 아는가?"

"모릅니다"

"그럼 세상 사는 맛을 모르는 구먼. 그럼 공맹(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을 아는가?"

"모릅니다"

"저런 인간의 도리를 모르고 사는 구먼. 그럼 글을 읽을 줄 아는가?"

"아닙니다. 까막눈입니다"

"원 세상에! 그럼 자넨 왜 사는가?"

이때 배가 암초에 부딪혀 가라앉게 되었다. 이번엔 사공이 반대로 선비에게 물었다.

"선비님, 헤엄 칠줄 아십니까?"

"아니, 난 헤엄칠 줄 모르네."

" 그럼 선비님은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선비의 모습은 지식을 자랑하며 살지만 정작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 남는 법' 을 모르고 사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사는 재미도 많고 보람도 많지만 우리가 어느날 갑자기 인생의 '암초'에 덜컹 부딪히게 될 때 자기 목숨 하나 건지지 못한다면 지식이 아무리 많은 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설령 세상의 지식은 모자라더라도 살아남는 법을 아는 사공이 오히려 더 큰 지혜를 가진 자가 아닐까?

그래서 지식과 지혜의 차이는 고난이나 시련이 왔을 때 그 차이가 드러난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어떤 역경에서도 절망하지 않지만 지식만 있는 사람은 쉽게 좌절해 버린다.

지혜는 위기때 더욱 빛을 발한다.

지혜의 왕 솔로몬에게 어느날 하느님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한가지만 말해보라고 했다. 솔로몬은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저에게 지혜를 주십시요"라고 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제일의 덕목이 지혜라는 사실을 이 이야기에서 알수가 있다.

지혜는 하루 아침에 생기지를 않는다. 지혜를 얻는 데는 두 가지가 있다.

많은 공부를 통해 지식이 쌓여 얻는 간접적인 지혜가 있으며 또 삶의 과정에서 부딪히며 오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얻는 직접적인 지혜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책을 읽고 매일의 삶에서 부딪히는 모든 사람들을 스승이라 생각하고 배워 나갈때 지혜가 한 겨울밤 내리는 눈같이 쌓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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