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 황 감독 29일 고별전…2010년 위기의 순간 부임해 세 개의 트로피 일궈내

▲ 포항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은 오는 29일 스틸야드에서 고별전을 치른다. 연합
2010년 5월 전년도 아시아챔프이자 FIFA클럽월드컵 3위팀이었던 포항스틸러스가 추락하고 있었다.

급기야 시즌 초반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추락하던 포항은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열린 제주와의 홈경에서 2-5라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파리아스 감독을 이어받았던 레모스 감독이 4개월여만에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포항은 박창현 감독대행체제로 전환했고, 5월 12일 일본 가시마 엔틀러스와의 ACL 16강 원정경기에서 1-0승리를 거두며 반전기회를 맞는 듯 했지만 추락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포항은 2010시즌 8승9무11패로 9위라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포항은 더이상의 추락을 용납할 수 없었다.

당시 김태만 포항사장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2010년 여름 부산아이파크감독을 맡고 있던 황선홍 감독에게 2011시즌 지휘봉을 맡기기로 합의했다.

황선홍은 1990년대 현역시절 한국 프로축구 최고의 용병으로 꼽히는 라데와 함께 포항전성시대를 열었던 레전드였기에 포항팬들의 기대감도 높았다.

그런 황감독이 포항지휘봉을 잡은 2011년, 포항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취임과 함께 3년내 팀의 절반을 포항유스시스템 출신으로 채우겠다며 유스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유스출신들의 축구스타일을 최대한 활용한 전술을 펼쳤다.

그 결과는 엄청났다.

시즌 개막후 잠시 혼선을 빚었지만 5월을 넘어서면서 기세를 올리기 시작, 5월 28일부터 10월 30일까지 20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하는 등 공격축구의 진수를 선보인 것이다.

2009년의 영웅 파리아스 축구가 단기전 승부용 공격축구였다면 황선홍 축구는 공수 밸런스를 갖춘 장기전 공격축구였다.

2011년 포항은 17승 8무 6패로 단숨에 3위로 뛰어오르면 조율을 마친 포항은 2012년 일찌감치 FA컵을 들어올린 데 이어 K리그에서도 23승 8무13패로 2년 연속 3위의 위업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2013년 포항과 황선홍 감독은 다시한번 한국 축구계를 뒤흔들며 K리그 30년 역사상 최초로 FA컵과 리그 우승이라는 더블에 성공한 것이다.

이 우승이 더욱 값진 것은 단 1명의 외국인선수없는 순수 국내선수이자 유스시스템 출신들이 중심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전북현대와 FC서울 등이 강력한 외국인선수들을 앞세워 우승을 다퉈왔던 2010년대 K리그 양상으로 봤을 때 포항의 쇄국축구는 가히 반란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2013년 12월 1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K리그 최종전은 역사에 길이남을 명승부이자 역전우승이었다.

이날 울산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었고, 포항은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경기인 데다 상대적 전력 역시 울산이 압도적 우위에 있어 사실상 울산 우승이 기정사실화 됐었다.

그러나 포항은 후반 추가시간 종료 20초전 수비수 김원일의 기적같은 결승골이 터지면서 K리그 사상 최초의 더블을 이뤄냈다.

2013년 포항의 이 영예는 모든 선수들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황선홍 감독의 전술적 변화는 명장의 반열에 올라도 손색이 없었다.

포항의 현실상 최선을 구하기 어려웠던 황선홍 감독은 항상 차선을 찾아야 했고, 그는 포켓에는 언제든 새로운 카드가 들어있었다.

그 첫번째 카드가 2012년 신인왕 고무열이었고, 2013년 영플레이어상 이명주, 2014년 영플레이어상 김승대, 2015년 손준호였다.

손준호는 아깝게 2015 영플레이어상 후보에서 떨어졌지만 올시즌 9골 4도움으로 팀이 3위권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돼 왔다.

이들 외에 문창진·이광혁 등 황선홍 감독은 마치 화수분처럼 새로운 카드로 상대팀을 괴롭혔다.

5년동안 단 한번도 강력한 득점왕 후보를 갖지 못했음에도 포항은 2012년 72골, 2009년과 2011년 71골씩을 넣는 공격축구를 선보였으며, 2013년 시즌 종료전 6연승 가도를 내달리며 기적같은 우승을 일궈냈다.

결국 황선홍 감독은 5년간 포항을 맡아 K리그 우승 1차례, FA컵 2연패, 3위 2차례, 4위 1차례 등 단 한번도 4위 밑으로 내려간 적 없는 K리그 대표구단 반열에 올려 놓았다.

그런 그가 2015년 11월 29일 스틸야드에서 열리는 K리그 38라운드 서울전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26일 포항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앞둔 황감독은 "5년동안 포항에서 감독으로 있으면서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팬여러분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좋은 플레이로 보답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포항은 명문 구단으로서 지나온 길보다는 나아갈 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포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오시는 감독에게 앞으로도 많은 성원 부탁드리고, 다시한번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고맙습니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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